참여연대 “취업제한제도,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2016년 1월 1일부터 2021년 5월 31일까지 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심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한전,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퇴직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한 것은 81건이었다.
이 중 퇴직 전 업무와 취업예정기관 간의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돼 취업제한과 취업불승인이 내려진 것은 11건(13.6%)에 불과했다. 나머지 70건(86.4%)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돼 취업가능(42명), 업무관련성은 있으나 예외 사유가 인정되어 취업승인(28명) 결정이 내려졌다. 취업가능 결정을 받은 42건 중 기관의 업무 심사대상은 15건인 반면 취업승인 결정을 받은 28건 중 기관의 업무 심사대상은 24건에 이른다.
문제는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은 심사대상 70건 중 30%에 해당하는 21건이 한전 또는 한전 자회사로의 재취업이었다는 것이다. 한전과 자회사들 간 취업 시장을 형성해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자회사에서 모회사로, 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품앗이 하듯이 퇴직자들이 재취업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퇴직자가 퇴직 전 소속 기관과 물품·용역 공급이나 공사 도급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예정인 업체·기관 등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은 것도 7건이었다. 퇴직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한 업체·기관은 오르비텍, 하나원자력기술, 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사무소, 대한전기협회, 한국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단국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었다.
또 정부공직자윤리위가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해 취업가능 결정을 내렸음에도 업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례로 한수원 퇴직자가 오르비텍 과장이나 하나원자력기술 부장으로 취업하는 것도 취업가능 결정을 받았다. 또 취업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취업한 사례도 한수원 15건, 한국전력기술 3건이 확인됐다. 사후 심사를 진행한 결과 한수원의 경우 15건 중 7건, 한국전력기술은 3건 중 2건에 대해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고위직일수록 예외사유를 인정받아 재취업하고, 자회사나 계약체결 업체로 손쉽게 재취업하고 있어 취업제한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취업제한제도가 법 취지에 맞게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공직자윤리위가 취업심사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하며 업무 관련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