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바라기’ 기승술 힘 입어 예상 밖 2위…우승 후보 ‘위너스맨’ 이유 없이 걸음 무뎌져 5위
참고로 마사회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연말까지 매주 대상경주를 치른다. 10월 10일 ‘KRA컵 마일’을 시작으로 12월 26일 ‘그랑프리’까지 한 주도 쉬지 않고 대상경주가 이어져 한층 박진감 넘치고 수준 높은 경주를 볼 수 있게 됐다. 하루빨리 수도권 장외 지점이 재개장해 마음껏 경마를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경주 시작 전부터 ‘히트예감’과 ‘위너스맨’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둘 중에 누가 우승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두 마필의 복승식배당은 1.8배로 웬만한 대상경주에서 나오기 힘든 배당이 형성되었는데, 이유는 둘 다 특출한 능력을 과시하며 초고속으로 1군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출발 신호와 함께 가장 먼저 선두에 나선 마필은 9번 히트예감(국1·수)이었다. 쾌조의 스타트와 빠른 초반 스피드를 발휘하며 손쉽게 선행을 장악했다. 그 뒤를 안쪽에서 2번 마하타이탄, 외곽에서 10번 티케이보이, 12번 위너스맨, 15번 흥바라기가 따르며 2위 그룹을 형성했고, 5번 로열로드와 7번 와일드인디는 늦은 출발로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3코너까지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지다가, 4코너 중간 부근에서 히트예감과 위너스맨이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리며 스퍼트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직선주로에서 들어선 히트예감은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탄력을 발휘하며 앞서 나간 반면, 위너스맨은 힘에 부친 듯 조금씩 뒤처졌다. 결국, 막판까지 뛰어난 근성을 발휘하며 선두를 놓치지 않은 히트예감이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선입권에서 힘을 안배한 후, 막판 결승선에서 의외의 뒷심을 발휘한 흥바라기(국2·수)가 차지했다. 백전노장 최범현 기수의 기승술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3위는 중위권 전개로 힘을 안배한 후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온 8번 치프인디(국3·수)가 차지했다. 안토니오 기수가 전력을 다하며 군더더기 없는 레이스를 펼쳤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4위는 인코스 선입의 최적 전개를 펼쳤으나 막판 한발이 부족했던 미스터인디(국4·수), 5위는 막판에 무너지며 실망을 안긴 위너스맨(국1·수)이 기록했다.
경주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며 복기해 본 결과, 히트예감이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깔끔한 선행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빠른 출발 이후 탁월한 스피드를 발휘하며 경합 없이 선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페이스 안배도 가능했고 막판까지 버틸 수 있었다. 만약 치열한 선두 경합을 벌였다면 2위를 기록한 흥바라기에게 우승을 빼앗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선행마는 선행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2위를 기록한 흥바라기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줬다. 이전까지 7전 5승, 2위 2회로 복승률 100%를 기록했음에도 단승식 27.4배로 인기가 높지 않았던 이유는 체중이 455kg에 불과한 데다 모든 경주를 선행으로만 입상했고, 히트예감이나 위너스맨 같은 강자들과는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5번 게이트라는 외곽의 불리함을 극복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입 전개를 펼치고도 2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3위를 기록한 치프인디는 최선을 다한 후회 없는 경주를 펼쳤다. 최근 파죽의 4연승을 기록하며 강력한 도전에 나섰지만, 그동안 싸웠던 상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번 경주 편성은 매우 강했다. 출발도 좋았고 안토니오 기수가 젖 먹던 힘을 다해 전력 승부를 펼쳤지만, 현재의 전력상 3위가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코리안더비(1800m)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2000m)는 장거리 경주라는 점에서 기대치는 좀 더 올려볼 수 있다.
단승식 2.2배를 기록하며 압도적 인기를 모았던 위너스맨의 5위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최근 1800m 경주를 다섯 번이나 치렀고, 그중에서 우승 3회와 준우승 1회, 3위 1회를 기록했기 때문에 1600m로 줄어든 이번 경주에서도 많은 경마팬들이 선전을 예상했다. 또한 선행 일변의 히트예감과 달리 그동안 선행과 선입을 자유롭게 구사했다는 점에서 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상당히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경주는 레이스 전개상 크게 잘못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방 관계자들도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선행에 나선 히트예감과 무리한 경합을 펼치지도 않았음에도 막판에 무뎌진 걸음을 보였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미리 보는 두 번째 삼관경주 ‘코리안더비’…‘히트예감’ 선행만 잡으면 ‘우승예감’
이번 KRA컵 마일의 결과를 통해 11월 7일 예정된 두 번째 관문 코리안더비(1800m, 총상금 6억 5000만 원)를 예측해 본 결과, 1위부터 3위를 기록한 세 마필이 여전히 유리한 것으로 예상된다.
첫 관문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린 ‘히트예감’이 일단 유리하다. 지금까지 치른 9번의 경주에서 모두 선행에 성공하며 우승 8회와 준우승 1회(복승률 100%)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코리안더비에서도 선행만 장악한다면 또다시 우승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선행에 실패하거나 무리한 경합을 벌인다면 의외의 졸전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반드시 편하게 선행을 나서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가급적 안쪽 게이트를 뽑는 것도 중요하다. KRA컵 마일은 시작부터 직선주로가 길게 이어졌지만, 코리안더비는 출발 후 곧바로 곡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선행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안쪽 게이트가 상당히 유리하다. 따라서 당일 안쪽 게이트를 배정받고, 선행에 성공한다면 우승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최범현 기수와 인마호흡 일치를 보인 흥바라기는 당초 선행 아니면 답이 없는 마필로 인식되었지만, KRA컵 마일을 통해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자신의 한계를 뚫고 한 단계 도약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코리안더비에서도 노련한 최범현의 기승술이 발휘된다면 충분히 우승 도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치프인디는 KRA컵 마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3위에 그쳤기 때문에 현재의 전력상 약간의 역부족은 느껴진다. 하지만 거리 적성이 긴 전형적인 추입형 마필이라는 점과 520kg대의 뛰어난 체구를 지녔다는 점에서 앞선이 치열한 경합을 펼치며 혼전에 혼전을 거듭한다면 막판에 기회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KRA컵 마일에서 5위에 그치며 실망을 안긴 위너스맨은 코리안더비에서도 우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동안 선전을 거듭해오다 딱 한 번 못 뛰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행을 무리하게 싸웠다거나, 늦은 출발로 후미에서 고전하다 5위에 그쳤다면 모를까, 특별한 이유 없이 막판에 무뎌진 걸음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코리안더비에서도 우승은 어렵다고 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