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는 동결방침인데 법적 상한선 5%까지 올리기로…SH “주변 시세와 비교해 인상”
[일요신문]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올해 3분기부터 장기전세주택(Shift) 연장 계약 시 보증금을 법적 상한선인 5%까지 일괄 올려 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서민층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상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SH가 첫 공급을 시작한 이래 현재 2만 9733세대가 거주하는 전세주택이다.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그런데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올해 3분기부터 재계약 시 보증금을 5%(법정 최고치) 일괄 인상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코로나 사태로 동결 또는 2~3% 인상 정도를 기대하던 입주민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H의 일방적 통보에 입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재계약에 응하거나 은행 대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증금 일괄 인상에 대해 SH 홍보부는 10월 12일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시세 연동형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인상한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인상한 곳도 있고 내린 곳도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동결한 단지도 있었다”고 답했다.
송파구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부산도시공사 등은 2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방침이라 우리도 동결 또는 2~3%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도 상가 임차인과 영구, 공공, 국민, 재개발 임대는 인상을 동결했다. 오로지 장기전세만 최대치인 5% 인상을 적용한 것”이라면서 “보증금 최대치 인상이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하면 SH는 ‘주변 집값에 비하면 싸지 않느냐, 그 정도 보증금 마련이 어려우면 이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모욕적으로 응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SH는 지난해 4월 SH 상가를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1000명에게 6개월 치 임대료의 50%를 감면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SH가 내린 대책에 호평이 잇따랐다. 그런데 이번 보증금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SH의 선택적 지원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많다. 무슨 기준으로 지원 대상과 부담 대상을 정하느냐는 의미다.
서울시의회 정진철 시의원은 “SH는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인 올해 3분기부터 법적 상한선인 5%를 획일적으로 적용해 인상하고 있다”며 “SH는 공공주택이 적자라고 주장하지만 2020년 재무현황을 보면 분양사업 수익과 임대사업 수익에 따른 당기순이익은 1314억 원을 기록해 대단히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정 시의원은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이 시세 80% 이하라는 이유로 법정 상한선인 5% 인상률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전세보증금 인상 유예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진정한 서민‧중산층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 주택 시설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례포레샤인 23단지 비대위는 “공공주택법 제49조 제2항에는 임대료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 임대료의 100분의 5 이내의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주택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반드시 5%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공공주택의 취지가 서민 주거 안정인 만큼 SH가 그 취지를 지켜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