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장남 최인근 씨 근무 중 핵심사업 기대…재무구조 악화·해상가스전 논란 불안 요인
#SK그룹 수소 사업 선봉장 SK E&S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수소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실례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수소 연료전지 선박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현대일렉트릭과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패키지 상용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지난 8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수소탱크 상용화 파일럿 공정 설비를 구축했다.
SK그룹도 SK E&S를 필두로 수소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 E&S는 지난 9월 1일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인프라와 밸류체인 통합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1위 수소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25년까지 액화수소 연 3만 톤(t)과 블루수소 25만t 등 수소 공급 능력을 연 28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1수소모빌리티+쇼’에서도 SK E&S가 SK그룹을 대표해 ‘SK 수소 밸류체인관’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부산도시가스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현재 SK E&S는 부산도시가스 지분 67.32%를 갖고 있으며 지분율을 100%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다. SK E&S 측은 “부산도시가스는 최근 명지신도시 연료전지발전 및 수소충전소 운영 등 신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며 “SK E&S의 100% 자회사가 될 경우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추진 시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간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에 비하면 SK E&S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계열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소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SK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로 꼽히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6일 제프 비숍 미국 KCE 최고경영자(CEO)와 앤드류 J. 마시 미국 플러그파워 CEO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KCE는 SK E&S가 지난 9월 인수한 그리드솔루션 기업이고, 플러그파워는 SK E&S와 수소 사업 관련해 파트너십을 맺은 곳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플러그파워가 확보하고 있는 수소 관련 핵심기술과 SK그룹이 갖고 있는 에너지 관련 인프라 및 네트워크는 한미 양국의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는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아들 최인근 씨도 SK E&S에서 근무 중
SK E&S는 최태원 회장의 아들 최인근 씨가 근무하는 곳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한 최인근 씨는 2020년 9월 수시 채용 전형을 통해 SK E&S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최인근 씨의 두 누나도 SK그룹 계열사에 적을 두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는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고, 현재는 휴직계를 제출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급으로 입사했다. 최민정 씨는 SK하이닉스 산하 조직인 인트라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의 바이오 사업이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은 모두 SK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SK E&S의 경우 SK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계열사로 꼽히면서 최인근 씨의 행보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태양광 관련 업무를 시작하자 한화그룹은 한화큐셀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밀어줬고, 김 사장도 실적을 내면서 한화그룹의 유력한 후계자가 됐다”며 “최인근 씨는 사원 신분이므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한화그룹의 사례를 보면 어찌됐든 최인근 씨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차기 SK그룹 회장 등 후계구도를 논하기는 이르다. 최태원 회장이 상대적으로 젊을 뿐더러 그의 자녀들도 SK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SK E&S 관계자는 “최인근 씨는 기획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뿐, 최근 사업과는 연관이 없다”고 전했다.
#SK E&S의 불안요소 살펴보니
문제는 SK E&S의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수차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SK E&S의 부채비율은 207.82%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 139.50%에 비해 68%포인트(p) 이상 늘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5월 SK E&S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현승희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그룹이 수소생태계 밸류체인 확장 정책을 바탕으로 수소 사업 관련 추가 투자 가능성이 상존하며 신재생에너지 투자 일환으로 새만금에 수상태양광 건설 사업이 계획돼 있다”며 “2021~2023년 매년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 집행으로 외부차입이 확대될 전망이며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 저하가 전망된다”고 전했다.
SK E&S가 무려 14억 달러(1조 6000억 원)를 투자한 호주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 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에서 확인된 천연가스 매장량만 7000만t에 달한다. SK E&S는 2025년부터 20년 동안 매년 130만t의 LNG를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 환경단체들은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 사업이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다는 이유로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SK E&S에 사업을 중단하는 서한을 보냈다. 호주 현지 환경단체들은 주호주 한국 대사관을 찾아 공적 금융기관의 해상가스전 사업 관련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초기 사업자였던 미국 코노코 필립스가 2018년 호주 해양환경청에 제출한 사업 제안서에 따르면 매년 370만t의 LNG화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54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이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만을 계상한 것이며 생산된 LNG가 발전 연료로 활용되거나 수소로 개질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SK E&S 관계자는 “우선주를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추진 자금도 조달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해상가스전 사업과 관련해서는 “천연가스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모두 포집해 제거할 계획이고, 액화설비를 가동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래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는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 상쇄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