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뇨? 쌩쌩한 현역인데…
▲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여갑순. 아직도 공기소총을 아기 다루듯 감싸안고 있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불가리아 베셀라 레체바를 꺾고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내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여갑순은 서른일곱 살인 지금도 울산시청 소속 선수로 활동 중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직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여갑순의 현역 인생은 상당히 오래 진행되고 있다.
지난 13일, 태릉선수촌 사격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출산 후 체중이 약간 불긴 했지만 나이를 무색케 하는 앳된 외모와 수줍은 미소를 한 채 공기소총을 아기 다루듯 소중히 감싸 안고 있었다.
“사격이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큰 대회가 아니면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래서 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오랜만에 날 만나는 사람들은 첫 질문으로 ‘은퇴했느냐’고 묻는다. 아마 바르셀로나에 참가했던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지금까지 선수로 활동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여갑순은 바르셀로나 이후 애틀랜타올림픽 때도 대표팀 선발전에 도전했다가 1점 차로 탈락했고, 시드니올림픽 때는 임신 중이라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대를 모았던 아테네대회 때는 성적 부진으로 떨어졌고,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는 역시 1점 차로 대표팀 선발전에서 또 탈락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베이징올림픽 때가 제일 힘들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다시 올림픽에 도전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은 목표가 있었는데 1점 차로 떨어지니까 쉽게 마음이 정리가 안 됐다. 그 당시 잠깐 은퇴하고 싶은 갈등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총을 잡게 되더라. 지금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선발전을 통과하면 20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 같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가끔은 주위에서 무언의 은퇴 압력을 보내오기도 한단다. 그러나 사격의 특성상 나이를 먹어도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갑순한테 은퇴는 아직도 계획에 없는 부분이다.
여갑순은 13년 전 한체대 사격 감독인 김세호 씨와 결혼,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을 두고 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