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관문 코리안오크스도 우승 영순위…기수와 호흡 일치 ‘제다이’ 뒷심 강한 ‘영광의미소’ 도전 세력
출전마 대부분이 고른 출발을 보인 가운데, 가장 먼저 선두에 나선 마필은 3번 라온핑크와 안쪽의 1번 미스인디였다. 두 마필은 무리다 싶을 정도의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앞서 나갔다. 그 뒤를 2번 남도퀸, 6번 제다이, 15번 비제이미스가 따르며 2위 그룹을 형성했고, 나머지 마필들도 큰 차이 없이 촘촘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레이스를 벌였다.
약 500m를 지나면서 라온핑크가 선두권을 정리하며 단독선행에 나섰고 미스인디와 남도퀸, 비제이미스는 2선에서 선입 작전으로 맞섰다. 준우승을 기록한 제다이는 중위권으로 살짝 빠지며 페이스 안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선 라온핑크는 격차를 더욱 벌리며 괴력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했다. 결국 2위마를 8마신이나 따돌리는 압승으로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초중반에 상당히 무리한 경주 운영을 했음에도 마치 추입마 같은 막판 탄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최근 파죽의 4연승을 기록 중이었고 경주 시작 전부터 많은 인기를 모았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잘 뛸 줄은 전혀 몰랐다. 시작부터 선행을 편하게 나선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여러 번 동영상을 돌려본 결과,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현재 암말 중에서는 이길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2위는 신형철 기수의 제다이(송문길)가 차지했다. 초반 빠른 출발과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행마 바로 뒤에서 레이스를 했다. 이후에는 중위권으로 슬쩍 빠지며 힘을 비축했고, 결승선에서 추입력을 발휘하며 2위까지 올라왔다. 출발부터 결승선 통과할 때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경주를 펼쳤다. 신형철 기수의 노련미가 돋보인 한판이었다.
3위를 기록한 마필은 문성혁 기수의 스마트오피서(전승규)다. 매번 순발력 부족을 보였던 마필로 이번에도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에서 외곽을 선회하며 추입으로 최선을 다하며 올라왔는데 결승선 통과할 때 걸음은 상당히 버거웠다. 3위라는 성적은 기대 이상의 선전이지만, 막판 걸음(14초5)만 놓고 볼 때는 다음에도 3위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또한, 2위마 제다이와의 차이가 3마신으로 적지 않았고, 혈통적으로도 거리적성이 짧은 오피서 자마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4위는 중위권 전개 이후 막판 추입으로 올라온 임기원 기수의 영광의미소(박재우)였다. 3위와의 차이는 불과 코 차였고, 출전마 중 끝 걸음이 13초 3으로 가장 빨랐다는 점에서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5위는 후미권에서 막판 추입으로 최선을 다한 조상범 기수의 퀸즈투어(임봉춘)가 기록했다. 출발부터 결승선 통과할 때까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경주를 펼쳤지만, 능력상 역부족을 보였기에 아마도 후회는 없을 듯하다.
이번 루나스테익스를 복기해본 결과, 11월 14일에 있을 ‘코리안오크스’에서도 ‘라온핑크’의 우승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부터 암말 삼관경주는 이변이 많이 발생해 예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경주 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라온핑크를 이길 말이 보이지 않는다. 초반과 중반에 상당히 무리한 운영을 했음에도 8마신 차의 압승을 거뒀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마사회에서 발표한 기록도 뒷받침하고 있다. 라온핑크가 뛴 초반 세 구간(한 구간에 200m씩) 기록을 보면 13.6–10.7–11.7로 엄청나게 빨랐고, 1000m 기록은 무려 59초 7이 나왔다. 1600m 경주를 마치 1000m처럼 초중반에 무리하게 뛰었음에도 8마신 차의 압승을 거뒀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대단히 뛰어난 능력마라는 방증이다.
경주력 면에서는 따라올 마필이 없다. 경마는 항상 이변이 존재하는 게임이라 단정은 금물이지만, 현재의 능력으로 볼 때 코리안오크스의 우승 후보 영순위는 라온핑크로 보인다. 1800m로 거리가 늘어나지만, 혈통적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삼관 경주 2연승이 충분해 보인다.
나머지 마필 중에서는 신형철 기수와 인마호흡 일치를 보이며 2위를 기록한 제다이, 출전마 중에서 가장 좋은 끝 걸음을 보이며 4위를 기록한 영광의미소가 가능성 있는 도전세력으로 보인다.
‘승승장구’ 김용근을 주목하라! 후반기 기수 판도 변화
문세영 기수가 지난 9월 5일 낙마 부상으로 잠시 경주로를 떠난 가운데, 최근 김용근 기수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작년에도 45승을 기록하며 문세영(49승)에 이어 다승 2위를 기록한 서울의 대표 기수다. 올해 전반기에는 13승(문세영 44)에 그치며 다승 12위에 머무는 부진을 보였다. 원인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출전 횟수가 현격히 줄어들었고, 승률이 자신의 통산 기록인 15.8%에 훨씬 못 미치는 10.8%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후반기 경마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월 18일까지의 후반기 성적은 20승이다. 이는 문세영과 함께 후반기 다승 공동 1위다. 전반기 6개월 동안 거둔 승수(13승)보다 최근 3개월 승수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출전 횟수도 전체 3위로 상당히 늘었다. 1위 송재철 148회, 2위 유승완 125회에 이어 122회를 기록하며 많은 경주에 출전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또한 승률도 크게 올랐다. 전반기 10.8%에서 현재 16.4%로 급상승하며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현재의 상승세로 볼 때 올 연말에는 3위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이유는 최근 두 달 9월과 10월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후반기 시작할 때 7월은 승률 9.1%로 달라진 게 없었지만, 8월에 14.9%로 상승하더니 9월과 10월에는 24.0%와 23.5%를 기록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김용근 기수의 몸상태가 최고조에 올라 남은 두 달 동안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현재까지 다승 순위를 살펴보면 문세영이 64승으로 2위 임기원(45승)을 크게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부상으로 인해 경주로에 복귀하지 못하더라도 다승왕은 가능해 보인다. 3위는 39승으로 이혁 기수인데, 김용근(33승)과는 불과 6승 차이라는 점에서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본다.
나머지 기수 중에서는 장추열이 눈에 띈다. 전반기에 17승으로 다승 8위에 머물렀지만, 후반기에는 18승으로 다승 4위에 올랐다. 특히 승률이 매우 좋아졌다. 전반기 11%에서 현재 17%로 급상승했다. 자신의 통산 승률이 9.8%인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성적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 동안 김용근과 함께 장추열 기수도 눈여겨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