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코간’ 기술 이용해 영상물 복원해 판매…원본 아닌 예측 결과물, 정확도 80%
지난 9월 18일 교토 경찰은 효고현 다카사고시에 사는 나카모토 마사유키(43)를 저작권 위반 및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의하면 “나카모토는 2020년 12월부터 동영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테코간(TecoGAN)’이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AV의 모자이크를 제거한 뒤 되팔아왔다”고 한다.
영상 작업은 주로 고객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이른바 ‘수주생산’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정식으로 팔리고 있는 AV 작품을 무수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인기 AV 여배우의 출연작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나카모토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보정한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게 했는데, 사이트에는 ‘모자이크를 걷어내 깨끗하고 아름다운 동영상을 즐기자’라는 홍보문구가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자이크 복원 비용은 1320엔(약 1만 3600원). 동영상으로 소장할 경우 1000엔을 더한 2320엔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혼자서 작업해 올해 8월 말까지 1만 1888건의 주문을 받았으며, 총 1100만 엔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억 1300만 원이라는 거금이다.
일본 매체 ‘일간겐다이’는 “나카모토 용의자가 관련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1200엔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앉아서 돈을 거저 번 셈”이라고 보도했다. 가령 60분짜리 동영상의 경우 모자이크를 제거하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더욱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처리해주므로 번거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대체 어떤 원리일까.
IT저널리스트 이노우에 도시유키에 의하면, 촬영물 복원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초창기에는 흐릿한 사진을 선명하게 복원하는 소프트웨어로 연구됐으며, 기술이 진보해 동영상에도 응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고전영화를 최신 화질로 복구하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에도 이 원리가 적용되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원본이 아니라 AI가 예측한 결과물이다. 요컨대 흐릿한 부분을 AI가 ‘이 부분은 이렇겠지’하고 예측해 세세하게 영상을 재현해낸다. 스스로 학습을 반복해 진짜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가는 원리다. 모자이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대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AI가 조각조각으로 나뉜 픽셀 데이터를 예측해 영상을 만든다.
결과물의 정확도는 80% 정도. 이노우에 저널리스트는 “움직임이 느린 장면은 위화감 없이 선명하지만, 움직임이 클 경우 영상이 번져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은 “테코간 기술은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는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한편, 악용될 소지도 다분히 있다”면서 “앞으로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