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들 각종 의혹에 실언까지 ‘비호감’ 행진…김동연 등 제3지대 후보 몸값 상승 전망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0.7% 지지율을 얻었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8.9%를 기록했다. ‘그 외 인물’은 7.6%, ‘선호 후보 없음’은 3.8%, ‘잘 모름’은 1.4%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하 동일).
앞서 두 달 전인 8월 1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그 외 인물’이 1.1%, ‘없음’ 1.7%, ‘잘 모름’ 1.8%를 나타냈다. ‘그 외 인물’과 ‘선호 후보 없음’이 각각 6.5%포인트(p)와 2.1%p 상승한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 없다’는 9.8%였다. 하지만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는 11.9%를 기록, 2.1%p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ARS 자동응답 조사보다 전화면접 조사에서 더 도드라지고 있다. ARS는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가 높지만, 전화면접 조사는 정치 중·저관심층 응답자도 많이 잡혀 유보층이 많이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화면접 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갤럽이 10월 19일에서 21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무당층은 25%로 집계됐다. 이는 2개월 전인 8월 1주차 23%보다 2%p 증가한 수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무당층이 24%를 나타냈다. 2주 전 20%에서 4%p 상승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없다는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대선을 앞두고 양 진영으로 지지층이 결집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20대 대선이 비호감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은 주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등 각종 발언 및 손바닥 ‘왕(王)’자로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는 전두환 옹호에 이어 ‘개 사과’ 논란을 일으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부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윤형 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를 “소시오패스”라고 규정해 구설에 올랐다. 원 전 지사는 이 후보 측 현근택 변호사와 라디오 생방송 중 설전을 벌이다 자리를 비우는 방송사고까지 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끊임없이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사이다 발언’으로 사실관계를 소명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허허허’ 웃음을 내는 등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사라지고 네거티브 막말, 상대방 흠집 내기만 남았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 대선주자들의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2배 높게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 비호감도는 60%로, 32%인 호감도보다 훨씬 높았다.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역시 비호감도가 각각 62%와 59%였다. 반면 호감도는 28%와 31%에 그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긴 하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10일 이재명 후보를 선출했다.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다. 경선 결과를 두고도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경선 불복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던 층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하지 않고 ‘그 외 후보’ ‘지지 후보 없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이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이낙연 지지층이 이재명 후보로 흡수되지 않고 무당층으로 넘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만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면 무당층에 머무르는 이낙연 지지층 상당수가 다시 민주당에 응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당층이 늘어나는 추세가 더 가속화될지, 감소세로 돌아서 줄어들지는 오는 11월 5일 국민의힘 경선 결과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다가 최근 무당층으로 넘어간 응답자들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지하진 않지만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 싫어 윤석열 전 총장을 선호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계속된 말실수를 하고 각종 의혹에 연루되니까 실망해 지지층에서 떨어져 나간 거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 선출 결과에 따라 무당층으로 이탈현상 가속·감속 여부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당층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면 제3지대 후보들의 몸값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10월 24일 ‘새로운 물결’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새로운 물결’은 정치세력 교체를 통한 기득권 공화국 타파와 기회공화국 전환, 아래로부터의 변화 등을 목표로 세웠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 정치판의 강고한 양당 구조로는 대한민국이 20년 넘게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민주당 국민의힘과 협력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을 후보로 선출했다. 심상정 후보 역시 이번에는 민주당과의 단일화 없이 대선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선 출마를 사실상 굳혔다. 국민의당은 현재 대선 기획단을 꾸려 대선 준비를 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제3지대 후보는 현재 ARS 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1~4%의 지지율을 보인다. 하지만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6~13%까지 나온다. 최대한 표를 결집시켜야 하는 대선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앞서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제3지대 후보 지지율도 넓게 보면 중도표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양당의 최종 후보가 선출됐음에도 무당층 중간지대가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지면, 이들 후보가 전체 당락을 가를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