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 중 중도층 비율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비율은 30.1%이었는데, 이 수치는 전주 조사에 비해 3.2%p 감소한 수치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됐음에도 지지율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중도층 지지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이재명 후보가 중도층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해명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도 있다.
매일경제·MBN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응답자 중 45.9%가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비리에 직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이 지사가 직접 금품수수는 안 했더라도 관리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7.2%였다.
이유야 어떻든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크다거나 이 후보와 해당 사건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2.9%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스윙 보터 성격이 강한 중도층은, 대장동 의혹과 같이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60% 넘는 응답자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중도층 상당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중도층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 특히 중요하다. 탄핵 직후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진보가 급증해 보수를 압도하는 상황이었지만(한국리서치 여론조사), 현재는 진보가 급감하고 보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0월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4%,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자신을 진보라고 여기는 유권자는 23%,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수가 진보를 앞지른 것이다.
9월 조사에 비해 보수는 2%p 증가하고 진보는 1%p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가 중도층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이라도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것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은 42.8%, 더불어민주당은 32.4%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이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 쪽으로 더 많이 이동했을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입법과 예산 심사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국민들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중도층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입법과 예산 심사를 통해 ‘구체화’하려고 한다면,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할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다시금 수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렇듯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 중도층이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더욱 축소된다. 민주당이 과연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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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