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최대 1조 원, 생활가전 성장 한계 극복 ‘승부수’…최성환 총괄, 침대 렌털 사업 진출해 경영능력 입증할까
SK네트웍스는 지누스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지누스 지분 39%를 인수하는데 약 1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누스는 매트리스와 베개 등을 판매하는 침구업체로,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매트리스 판매 1위 업체다.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등 전 세계 6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누스를 통해 신사업 진출 및 새로운 시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단순 렌털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을 접목해 슬립테크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슬립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수면 상태를 분석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뜻한다.
가전·가구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의 지누스 인수에 대해 생활가전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해석한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로 SK매직과 SK렌터카 등 렌털 업체를 두고 있다. SK렌터카의 경우 2019년 초 AJ렌터카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9월에는 1000억 원을 유상증자해 렌털 차량을 늘리는 등 경쟁력을 강화했다. SK매직 역시 내수 위주의 가전 판매·렌털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누스를 인수해 침구 등 가구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해외로 판로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SK매직은 현재 식기세척기와 정수기, 전자레인지, 인덕션, 공기청정기 등 가전 위주로 렌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 도전장?
침구 렌털 시장은 글로벌 소득 수준 향상과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경제)’ 시장의 성장으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숙면과 관련한 산업이 성장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 시장의 중심에는 침대가 있다. 또 침대를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정기적인 위생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새로운 경험과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경향과도 들어맞는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침대 렌털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미 침구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코웨이는 2011년 국내 최초로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선보이며 침구 시장에 진출했다. 매트리스 위생관리를 전담하는 ‘홈케어 닥터’ 조직을 구축하고 4개월마다 정기적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어 지난해 침대 부문 매출액이 20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침대 업계 매출 순위로는 침대시장 전통 강자 에이스침대(2895억 원)와 시몬스침대(2715억 원)에 이은 3위다.
한샘도 올해 1월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출시하고 전용 브랜드를 내놨다. 이 밖에도 매트리스 구독 시장에 뒤어든 업체는 까르마, 소노시즌, 딜란디스 등 10여 곳에 이른다. SK네트웍스 역시 렌털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워왔고,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누스를 인수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생활 장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떠오르는 시장이었고, 침대도 그 한 축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와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는 많아질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여행 활성화에 따라 호텔업계의 침구 렌털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 B2C와 B2B 비즈니스 모두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세라젬과 바디프랜드가 엄청 커졌듯 건강 관련 기구 시장도 전망이 좋다”며 “안마기가 처음 나왔을 때 돈 많은 사람만 쓰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현재는 대중화된 것처럼, 수면테크도 소득 수준 발달에 따라 더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승계 작업도 잰걸음
지누스 인수가 성사되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의 경영 실적 쌓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이 배임 및 횡령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 상태다. 9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지만 최 회장은 만 69세로 고령이다. 후계자가 경영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성환 총괄은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으로 2년간 근무하며 미래 전략 수립 및 투자를 담당하다가 올 초 사업총괄에 선임됐다. 인수합병(M&A)과 투자 관리 업무는 신성장추진본부에서 담당하지만 사업총괄은 신성장추진본부의 상위 조직으로 사업 전반을 관장한다. 최 총괄은 SK렌터카와 SK매직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 중이다.
지분 승계도 한창이다. 최성환 총괄은 올해 SK그룹 지주사 SK 주식은 매도하고 지분이 없었던 SK네트웍스 주식은 매입했다.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사들인 결과 현재 지분 1.82%로 최대주주 SK를 뒤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최신원 회장(0.84%)보다도 지분이 많다. 다만 그간 최성환 총괄의 실적이라고 꼽을 만한 사업이 없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승계 정당성 확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능력을 입증해 주주들과 사내 구성원들의 인정과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실적 쌓기에는 신사업만한 것이 없다”며 “렌털 사업 기반이 탄탄하고, 침구 시장은 파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렌털업계는 SK네트웍스가 침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서비스 차별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제품을 단순히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업체들에 비해 차별화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렌털업계 관계자는 “제품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서비스가 없으면 선발주자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기기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조직 역량을 강화해 위생적으로 관리 가능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측은 지누스 인수 계획에 대해 “검토 중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 인수는 SK네트웍스 신사업추진본부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며 “사업총괄은 신사업추진본부의 상위 조직이긴 해도 현재 사업에 집중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누스 인수를 최성환 사업총괄과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