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여론·현안 정보 수집에 개인정보 경찰에 문의도…성남시 측 “주민자치과 고유사무, 신속 행정 위해 메모 보고”
지난해 1월 성남시가 지역 여론·동향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 사찰 의혹이 일었다. 1월 16일 성남시는 “지역 상황 보고서는 지역 내 다양한 의견과 사건 사고에 대한 대처 방안 마련을 위해 작성하는 내부 참고자료”라며 “주민들의 민원, 주요행사, 사건 사고 등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파악하는 것으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면밀히 살피는 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일요신문은 성남시에서 작성한 2019년 1월 3일자 ‘오늘의 주요 지역 상황’ 문건을 최근 입수했다. 문건은 A4 6장 분량이다. ‘하나된 성남,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성남시 슬로건이 첫 페이지 왼쪽 상단에 위치했다. 목차에는 ‘태평 2·4동 재개발추진위, 정비구역지정 동의서 접수 개시’, ‘판교 IT노조, 판교역 앞 노조 활동 관련 유인물 배포 예정’, ‘금광1구역 권리자 모임, LH와 면담 내용 공개’ 등 내부 구성원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됐다. 결재란과 문서 번호 등이 없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비공식 문서로 추정된다. 실제 성남시는 지난해 4월 ‘지역 여론·동향 문건’을 공공기록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기도 감사에서 엄정 ‘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특이한 점은 성남시가 집회 관련 정보를 수집한 부분이다. ‘이재명지지연대, 성남지원 앞 집회 예정’이라는 제목의 내용이다. 문건 4쪽에는 ‘이재명 지지연대는 오는 1.10(목) 13:00 성남지원 앞에서 공판을 위해 출석하는 이재명 도지사를 응원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지지연대는 회원들에게 재판일에 법원 앞에서 사법부의 판단에 압박을 주는 취지의 집회는 금지돼 있음을 알리고 재판에 관여하는 피켓이나 현수막 없이 집회에 참여하여 이재명 도지사를 응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음’이라고 적혀져 있다.
이 문건은 성남시 자치행정과 ‘인권보장팀’에서 작성했다. 인권보장팀은 △남북교류협력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기념사업 업무추진 △인권보장계획수립 △북한이탈주민 거주지 보호 △지역 상황 등을 맡는 부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전직 성남시 공무원 L 씨 통화 녹취에 따르면 자치행정과 전신인 시정과에는 성남시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여론팀이 존재했다. 이 업무를 후신 격인 인권보장팀이 이어받았다는 게 성남시 관계자 A 씨 설명이다.
통화에서 당시 비서실에 근무하던 L 씨가 A 씨에게 “인권보장팀이 정보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고 묻자, A 씨는 “옛날엔 (이름이) 여론팀이었다”며 “그런데 외부적으로 동향 취급하는 게 보였다”고 답했다. 여론팀 이름이 외부적으로 여론 동향을 취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이후 이름이 바뀐 인권보장팀에서 이 업무를 맡았다는 의미다.
L 씨가 이런 업무를 인권보장팀에서 맞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자 A 씨는 “옛날부터 시정과가 있었다. 시정과가 인사(팀)하고 여론(팀)하고 다 갖고 있었는데, 후신인 자치행정과에 그 업무가 계속 남아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L 씨는 “시청 공무원이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뭐(권한)도 없는데, 민감한 사안을 정보활동 하고, 경찰을 접촉하고, 그렇게 해서 동향이나 여론을 감시하고 뭘 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복 입고 막 운동화 신고 돌아다니길래 무슨 정보과 형사인 줄 알았다”며 불만을 표하자, A 씨는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남아있던 것”이라고 답했다. 성남시 인권보장팀이 과거부터 정보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여론팀 업무를 인권보장팀이 이어받은 건 2015년으로 나타났다.
L 씨는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L 씨에 따르면, 매일 아침 인권보장팀 직원이 비서실에 지역 동향을 작성한 문서를 갖고 와 보고했다고 한다. 결재 라인이나, 문서 번호가 없는 비공식 문서였다. 시장, 비서실장, 정책보좌관 등이 해당 문서를 공유했다고 한다. L 씨는 “인권보장팀은 말 그대로 인권 보장을 위한 부서인데 그 팀이 주민 동향을 보고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됐다”며 “사찰의 도가 지나쳐 누가 알게 되면 난리 나는 일”이라고 정책보좌관에게 따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성남시 공무원이 특정인 개인정보를 경찰로부터 직접 수집한 사실도 드러났다. L 씨는 퇴사 후 ‘성남시 채용 비리’ 등을 경찰에 공익 제보한 인물이다. 제보 후 L 씨는 경찰로부터 성남시가 L 씨 상훈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들었고, 인권보장팀에 정식 항의 전화를 걸었다. 당시 L 씨는 인권보장팀 B 씨와의 통화에서 “표창을 받은 것에 대해 왜 확인하고 조사를 했느냐. 그게 담당 업무냐”라며 따졌고, B 씨는 “인사팀에서 확인 좀 해 달라고 부탁이 들어와서 (했다)”고 답했다.
이후 L 씨는 인권보장팀 C 씨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제 개인정보를 시에서 물었다고 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알려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통지를 해줬다”며 항의하자, C 씨는 “표창 입력 관련된 증빙자료를 받아야 하는 걸로 바뀌어 (경찰에 물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L 씨가 “알아보는 절차가 잘못 됐다”며 “2층(시장실)에서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파악한 것도 있고 근거도 있다”고 정식 항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법령상의 정보수집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만약 수집하거나 제삼자 제공 시에 원칙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임에도 동의를 안 받고 수집하거나 제공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자문했다.
성남시 인권보장팀 관계자는 “경찰에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에서 경찰에 개인 정보를 묻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고, 있어서도 안되는 상황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인권보장팀이 맡은 업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주민 동향을 살피는 것보다는 성남에서 어떤 큰 시위가 있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을 본다. 주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야 하니깐, 그 요구 사항에 대해 파악해서 담당 부서에 요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또 “경찰과 연락하는 이유는 시위 집회는 경찰 분들이 출동을 하니깐 그렇다”며 “우리가 따라 가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문제가 됐던 여론 동향 문건과 관련해서는 “인권보장팀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거라 아직까지 결재를 받는 공식 문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저번 사건(문건 유출) 이후에 모아 놓고 있다. 내부적으로 올려놓는 망에 게시한다. 정보공개요청을 하면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업무를 지자체 인권보장팀에서 맡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익명의 공무원은 “해당 업무는 경찰이 하는 일이지, 지자체에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상식적으로 집회를 신고한다고 서울시에서 나와서 모니터링하진 않는다”며 “집회 관련된 사안을 성남시에서 (모니터링)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데, 인권보장팀에서 했다니 더 아이러니하다. 비공식 문서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업무편람에 없는 일을 했다는 점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각종 집회 및 지역상황 관리는 성남시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시행규칙에 의한 주민자치과 고유사무”라며 “수시로 발생하는 시민 안전 관련 사건사고(교통사고, 화재 등)와 주민 요구사항, 각종 행사 등 인터넷이나 예정된 행사, 민원 현장에서 직접 확인된 사항으로 작성자의 의견이나 어떠한 가감 없이 확인된 사실로만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향 파악 내용을 비공식 문서로 작성 관리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지역상황 보고는 1일 동안에 발생하는 지역 내 사건 사고에 대한 대처방안 등 신속한 행정 처리를 위해 작성하는 메모 보고”라고 답했다. 경찰에 상훈과 관련된 사안을 물어본 점에 대해서는 “부서 내 협조 사항으로 외부표창 진위를 문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성남시 관련 녹취 전문
① 2019년 성남시 공무원 L 씨와 A 씨 전화
L 씨 : 퇴근하셨나요. 뭐 하나 여쭤보려고요. 인권보장팀이 흔히 말해서 정보활동을 하잖아요.
A 씨 : 네네.
L 씨 : 근데 인권보장팀이 정보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A씨 : 거기가 원래 옛날엔 여론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외부적으로 동향 취급하는 게 보이니깐….
L 씨 : 근데 솔직한 제 생각이에요.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이거는 감사관실 조사팀 내에 인원을 한 명 더 추가 편성해서. 여론이나 이런 건 조사 감사랑 연결돼있는 거잖아요.
A 씨 : 네네 맞습니다.
L 씨 : 그런 식으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인원을 증원해서.
A 씨 : 네 그것도 방법인데. 옛날부터 시정과라고 있었거든요. 시정과에 옛날에 인사(팀)하고 여론(팀)하고 다 갖고 있었습니다. 시정과 후신이 자치행정과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치행정과에 그 업무가 계속 남아있는 것입니다.
L 씨 : 그러면 잘못된 거죠. 왜냐면 민감한 사안도 정보활동하고. 경찰을 접촉하고, 시청 공무원이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뭐(권한)도 없는데. 그렇게 해서 동향이나 여론을 감시하고 뭘 한다는 자체가. 감사관실 내에서 그런 걸 한다면 업무 특성상 연계선 상에서 볼 수 있는데. 이 건은 명절 지나고 팀장님 저랑 상의를 해봐야겠습니다.
A 씨 : 네 알겠습니다.
L 씨 : 무슨 말인지 알겠죠. 아니 나는 무슨 정보과 형사인 줄 알았어. 사복 입고 막 운동화 신고 돌아다니길래.
A 씨 :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남아있던 겁니다.
L 씨 : 그건 우리가 바꿀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A 씨 : 네네. 알겠습니다.
② 2021년 L 씨와 인권보장팀 B 씨와의 통화
L 씨 : 뭐 좀 확인하려고 전화 드렸는데. B 씨 되시죠. 저는 L이라고 합니다. 제가 경찰서에서 지난 주에 통지를 받았는데요. 제가 경찰 표창을 받은 거에 대해서 왜 확인을 하고 조사를 하셨는지요. 그게 담당 업무십니까.
B 씨 : 조사를 한 건 아니고요. 인사팀 쪽에서 확인 좀 해달라고 얘기를 들어서….
L 씨 : 아니. 근데 왜 인사팀에서 인권보장팀한테 경찰서에 그걸 확인하라고 그러죠? 업무 분담 내에도 경찰에 그런 걸 확인하게 돼 있나요?
B 씨 : 뭐…·. 저는 부탁을 받아서.
L 씨 : 아니 B 씨가 그런 업무를 할 수 있으신가요? 왜 제 개인정보를 경찰서에 확인하냐 이거에요.
B 씨 : 아….
③ 2021년 L 씨와 인권보장팀 C 씨와의 통화
L 씨 : 다름이 아니고 제가 지난 주에 경찰에서 통지를 받았어요.
C 씨 : 통지요?
L 씨 : 제 개인정보를 시에서 물었다고요.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알려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통지를 해줬는데. 인권보장팀 B 주무관님에게 업무와 상관없이 왜 제 개인정보를 경찰에 물었는지 확인해보니 C 씨가 그걸 시켜서 확인해 달라고 해서 본인이 했다는데 맞나요.
C 씨 : 어…·그….
L 씨 : 방금 B 씨와 통화했거든요.
C 씨 : 어…·그…음…. 그러세요. 음….
L 씨 : 말씀을 좀 해주시겠어요.
C 씨 : 이게 제가 그때 입력했던 거 하나는 기억이 났는데. 그 전에 지금 표창 입력 관련해서 담당자가 확인하고 입력을 했었거든요. 그거 관련해서 증빙 자료를 받고 하는 걸로 바뀌고 있어서.
L 씨 : 제가 말씀 드리는데요. 일단 알아보는 절차가 잘못됐고요. 두 번째는 경찰에서 답을 받으셨죠.
C 씨 : 네. 준 적이 있다고 받은 거 같습니다.
L 씨 : 그렇게 밖에 얘기 안 했어요? 저한테 통지해 주기로는. 제가 마치 표창장을 위조했거나 변조했거나 억지로 남발했거나 뭔가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사팀이 움직이는 것 같아서 심히 우려돼서. 이 부분에 대해 저도 정식으로 따질 겁니다. 사실관계도 확인해 볼 거고요.
C 씨 : 그런 건 아니고요. 전에 입력했던 증빙자료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따로 뭐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L 씨 : 저도 모든 일련의 정황들이 2층(은수미 시장)에서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파악한 것도 있고, 근거도 있어서. 그 부분은 정식기구를 통해서 항의할게요.
C 씨 : 네 알겠습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