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불응 부하직원 괴롭힌 혐의 보직해임·정직…간부 “징계 절차 문제 있다” 구제 신청
제보에 따르면 재단 고위 간부 A 씨는 올해 초 자신의 지인인 교수 B 씨의 프로필을 직원에게 건네며 B 교수를 경기도일자리재단 홍보위원으로 추천한다. 재단 홍보위원회는 자체 홍보 예산과 경기도가 위탁한 각종 일자리 사업의 홍보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로 연간 수십억 원의 홍보 예산을 심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B 교수는 홍보 분야와는 관련 없는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였다. 담당 직원은 변호사 자문을 받아 재단 홍보위원회 위원의 자격 요건과 B 교수의 전문 분야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A 씨는 B 교수 위촉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올 때까지 다른 법률 자문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A 씨와 B 교수의 인연은 A 씨가 이전에 근무했던 지자체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경기도 모 지자체의 고위 공무원이었고 B 교수는 해당 지자체에서 도시계획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A 씨도 자신이 B 교수를 추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제보자는 “B 교수 위촉 건으로 갈등이 생기자 A 씨는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부하 직원을 무시하는 말을 하고 사무실에서 큰소리를 치며 질책하기도 했다. 폭언과 비아냥, 결재를 반려하는 식으로 괴롭혔고 이런 괴롭힘은 홍보위원회가 새로 구성될 때까지 몇 달간 이어졌다”고 했다.
홍보위원회가 구성되고 잊히던 이 일은 다른 계기로 드러나게 된다. 재단 내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조사위원회가 A 씨의 괴롭힘을 인지하며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피해자 진술을 청취한 조사위원회는 A 씨에게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조사위원회가 처음부터 자신을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원회에 불참한다.
A 씨의 조사 거부에도 조사위원회는 피해자 진술과 녹음 등의 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원회 조사를 바탕으로 재단 인사위원회는 10월 말 A 씨에게 보직 해임과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일요신문은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B 교수를 홍보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고 직원에게 폭언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A 씨는 “그 당시 재단에서 새 홍보위원을 위촉할 시기였고 B 교수가 대학 일자리 센터장으로 있어 재단과 대학이 협력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위촉이 가능한지 검토하라 한 것”이라면서 “B 교수를 위원에 넣으라고 강요하거나 압력을 넣은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B 교수가 홍보위원 자격에 부합한다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다른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라고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홍보위원 자격에 ‘언론인, 홍보전문가 등’이라는 대목이 있어 ‘등’의 해석이 너(직원)와 내가 다르니 ‘등’의 해석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아보라고 했던 것”이라며 “될 때까지 자문을 받으라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무실에서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도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은 없었다”면서 “통상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전혀 없었다는 뜻인지 묻자 “그것을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업무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인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재단의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조사위원회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징계 자체가 무효라는 뜻이다. A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 취소를 구하는 구제 신청을 낸 상태다.
한편 추천을 받은 B 교수에게 간부 A 씨와 경기도일자리재단 홍보위원 추천 건으로 취재를 요청했지만 B 교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