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비아이 마약 사건 무마 놓고 입장 팽팽…“진술 번복 배경이 핵심”
양 전 대표는 2016년 당시 YG 소속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한서희 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양 전 대표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진술한 한 씨를 만난 것은 맞지만 거짓 진술을 하라고 협박하거나 강요한 바는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에는 2016년 한 씨를 조사했던 경찰관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 씨는 "한 씨를 대마 소지·흡연 혐의로 주거지에서 체포했는데 폰을 압수해 보니 카카오톡 등에 마약 거래 정황이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 한서희에게 묻고 설득을 거쳐서 YG 소속 비아이 등에 대한 수사협조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사가 기각했는데, 한 씨가 자신과 거래한 가수 등에 대해 수사 협조를 한다고 해서 검사가 불구속 수사를 하자고 했기 때문"이라며 "한 씨는 체포된 당시 이미 다른 마약 건으로 걸려 다른 경찰서에서 관련 조사를 받던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플리바게닝'을 통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한 씨가 이후 진술을 번복한 사실 여부에 대해 검사는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한 씨가 비아이의 마약 혐의를 증언하겠다고 한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라며 "왜 진술을 번복하냐고 묻자 울면서 '죄송해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A 씨의 신문 과정에서 한 씨가 YG 소속 가수들과 마약 거래를 하다 YG 관계자에게 적발돼 강한 경고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한 씨가 '다시 한 번 더 YG 가수들에게 마약을 공급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린다. 한국에서 발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경고를 YG에게 불려가서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 전 대표의 변호인은 A 씨가 이날 재판에서 진술한 내용과 2019년 9월 경찰에서 조사 받을 시 진술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에 A 씨는 "한 씨가 공익제보를 하면서 갑자기 타깃이 바뀌어 조사를 받으라고 하고 입건이 돼서 심적 부담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A 씨와 한 씨가 2019년 전화 통화에서 사건 관련 내용을 주고 받은 녹취록도 제시됐다. 통화 당시 대화에 대해 A 씨는 "(한 씨가) '양현석이 5억 원을 줬으면 입을 다물었지' '양현석을 망하게 할 것이다. 얄밉다' 등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한 씨는 지난 2019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2016년 비아이에 대한 경찰의 마약 수사를 양현석 전 대표가 무마시키는 과정에서 비아이에게 마약을 공급한 자신을 협박했다고 공익신고한 바 있다.
비아이는 한 씨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한 뒤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한 씨와 비아이는 양현석 전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날 첫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한편 다음 재판 기일은 오는 12월 6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