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선봉 섰지만 조국 사태 계기 정부와 대립각…추-윤 갈등 후 ‘체급’ 벌크업
윤석열 후보는 1960년 서울 출생으로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부친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친가 고향은 충남 논산이고 외가는 강원도 강릉이다.
윤 후보는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1994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검찰연구관과 대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검사 재직 내내 특수부 생활을 한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고위직 인사들을 구속 수사했다.
이후 윤 후보는 스스로 ‘운명’이라 칭한 수사를 맡는다.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다. 윤 후보는 이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됐고, 채동욱 검찰총장 낙마 뒤 검찰 수뇌부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윤 후보는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며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국감장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고검으로 좌천된 윤 후보는 2016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복귀의 시작을 알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는 대전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다시 검찰총장으로 파격 승진을 거듭했다. 전례 없던 인사였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적폐청산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면서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 정부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감행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조국 전 장관 수사가 대통령 지시의 거역이냐”는 질문에 윤 후보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 원칙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은 윤 후보가 야권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을 징계청구하고 수사지휘권을 박탈시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질세라 윤 후보는 “법리적으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작심 비판했다.
정부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기조를 가시화하자 윤 후보는 3월 4일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검찰총장 직을 던졌다. 검찰을 나온 윤 후보는 단숨에 야권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추-윤 갈등’이 역설적으로 윤 후보가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계기가 된 셈이다.
3개월의 잠행 끝에 6월 29일 윤 후보는 대권 도전 선언을 했고, 한 달 뒤인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하지만 정치 신인으로서 여의도 정치는 쉽지 않았다. ‘윤석열 X파일’ 논란, ‘대리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 7월 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뒤로도 이준석 대표와의 불화설에 휩싸이는 등 좌충우돌했다.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이나 ‘개 사과’ SNS 글은 치명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윤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쟁쟁한 정치 선배들을 제쳤다. 윤 후보는 11월 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환산 득표율 47.8%를 얻으며 홍준표 의원(41.5%)을 꺾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서 ‘0선’의 정치 신인이 보수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한 편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