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7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은 주왕산 국립공원 72시간을 담는다.
2019년 코로나19 발생 후 2년이 지난 현재 세계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 돌파감염 등 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 보다 공존을 준비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대하는 우리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경북 청송의 주왕산을 찾았다. 주왕산은 폭포 위로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이 위용을 자랑하며,산새를 뒤덮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가을의 명소이다. 오랜 기다림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이곳에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며 조심스레 잃어버렸던 가을을 찾으러 떠나온 사람들의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바위산 중 하나로 꼽히는 주왕산은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다.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된 이곳은 70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지형이 공존하는 곳이다. 여러 탐방로 가운데 웅장한 암석과 함께 맑은 계곡을 따라 쏟아지는 세 개의 폭포를 관람할 수 있는 주왕계곡 길은 관람객의 70%가 찾는 인기 코스다.
대전사에서 용추협곡까지 이어지는 2km 구간은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도 갈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되어있다. 오른 만큼 풍경을 허락하는 것이 산이라지만 주왕산은 막 걸음마를 뗀 아기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도 풍광을 내어준다.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 풀과 가을의 끝자락 힘을 다한 낙엽까지 다양한 생(生)을 품은 산. 그 인자한 품에 안겨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대전사에서 출발하는 주 탐방로가 익숙하다면, 이제 숨겨진 명소를 찾아갈 차례. 절골 탐방로는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주왕산의 원석이다. 가을철 성수기가 되면 하루 1350명으로 제한된 인원만이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산양과 같은 멸종위기 동물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계곡 위를 걷는 듯 자연스러운 돌길과 과거가 살아 숨 쉬는 징검다리를 건너다보면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어릴 적 추억 상자를 꺼내 든다. 숨 쉴 틈 없이 쫓기던 일상. 앞만 보고 향하며 작은 것들을 놓치고 지나왔지만 호젓한 산길 위에서 비워낸 공간에 다시 소중한 추억을 채워 넣는다.
절골로 향하는 주산천의 지류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호수는 운무가 내려앉아 마치 천상계로 발을 들인 듯하다. 하늘과 땅을 잇는 듯, 신비로운 모습으로 물속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왕버들은 300여 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벽 출사지로 유명한 이곳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계절마다 다른 경관과 볼거리를 자랑한다.
우뚝 솟은 기암을 품은 대전사 앞마당. 달력으로만 보던 장엄한 풍경을 난생처음 두 눈에 담고 감회에 젖어있던 류영근 씨(70)를 만났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고서야 돌이켜 본 지난 봄 여름. 부질없이 방황하며 보낸 줄 알았던 시간이었건만,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온몸으로 뜨거운 태양을 견뎌온 계절이었다.
저마다의 계절은 울긋불긋 서로 다른 색을 뽐내는 단풍잎만큼이나 다양한 빛으로 피어난다.
올해의 단풍은 10월 초까지 폭염이 이어진 탓에 예년보다 뒤늦은 절정을 맞이했다. 급하게 찾아온 겨울 앞에서도 마지막 힘을 다해 물들어가는 잎사귀는 하루하루가 다른 빛이다.
한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캐릭터로 출연했던 배우 오영수 씨가 시청자들에게 주왕산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주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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