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 제조 CJ대한통운 유통에 택배 계열사까지…양사 실적엔 큰 타격 없지만 업계 여파 만만찮아
다만 롯데그룹과 CJ그룹은 택배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두고 있어 최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요소수는 차량에 주입하는 촉매제로 경유차에서 나오는 유해한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해 매연을 줄여준다. 한국에서는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가 부착된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현재 운행 중인 경유화물차 330만 대 중 약 200만 대에 SCR이 부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밀화학이 국내 유통량의 절반 생산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요소수 대란의 한복판에 서있다. 요소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로부터 추출한 요소에 물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생성된다. 최근 주요 요소 공급처인 중국이 석탄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중국산 요소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울산공장의 요소수 생산 라인 중 일부의 가동을 멈췄다. 롯데정밀화학은 매년 14만 톤(t)의 요소수를 생산하며 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요소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화학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요소 재고량을 감안했을 때 롯데정밀화학은 11월 말까지 요소수 생산이 가능하다. 이때까지 요소 공급을 받지 못하면 요소수 공장의 전체 가동을 멈춰야 한다. 최근 요소수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재고 소진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중국 외에 다른 요소 공급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장 공급처를 찾기 쉽지 않고, 찾더라도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는 어렵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은 내년부터 러시아에서 요소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러시아산 물량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의 10%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요소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롯데정밀화학은 과거 요소를 직접 생산했지만 2011년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롯데정밀화학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원가경쟁력 및 수요 상황을 고려해 요소, DMF(디메틸포름아마이드) 등 경쟁력이 저하된 제품의 합리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이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요소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위정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롯데정밀화학에 대해 “최근 요소 가격 상승에 따른 요소수 이익 훼손 우려가 있다”면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판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요소수가 롯데정밀화학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정부도 요소수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어 롯데정밀화학이 적극적으로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최근 정부는 요소 수입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세율을 기존 5~6.5%에서 0%로 인하했고, 요소와 요소수의 매점매석도 강력하게 단속 중이다.
롯데정밀화학도 요소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요소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요소수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3% 수준으로 실적 영향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롯데정밀화학의 지난해 매출 1조 2636억 원 중에서 3%는 380억 원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롯데정밀화학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은 2007년 롯데정밀화학과 '유록스(롯데정밀화학의 요소수 브랜드)' 유통 계약을 맺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주유소 약 3000곳과 온라인몰을 통해 유록스를 판매하지만 현재는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전체 실적에서 유록스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실적 타격도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택배사 문제없다지만 개인 기사들 생각은…
택배차량도 요소수를 사용하는 만큼 이번 요소수 대란은 택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롯데그룹과 CJ그룹은 각각 롯데글로벌로지스와 CJ대한통운이라는 택배 계열사를 두고 있다.
최원혁 한국통합물류협회장은 지난 11월 8일 정부에 “매년 택배시장의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데 이어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규 택배차량이 다수 유입됐고, 유입 차량의 대다수는 요소수를 사용한다”며 “화물차들이 요소수 부족 사태로 인해 운행을 못하면 사회경제적 영향은 심각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택배업계는 당장 큰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대형 화물차는 200~300km당 10리터(L)의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지만 택배차량은 상대적으로 주행 거리가 짧아 요소수 주입 주기도 길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대란 사태가 장기화되면 택배뿐 아니라 물류 산업 전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생산품이나 원자재 운송이 중단되면 그때는 택배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소수 대란 사태를 계기로 전기화물차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요소수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로 쓰이는 만큼 전기차에는 요소수를 주입할 필요가 없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전기화물차 비중을 늘리면서 2030년까지 택배차량 대부분을 전기화물차로 바꿀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2019년 전기화물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장의 타격이 없다는 택배사와 달리 택배업체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개인 택배기사의 입장은 다르다. 택배업체의 전기화물차는 대부분 직영 택배기사가 사용하고, 개인 택배기사는 대체로 경유차를 사용한다. 개인 택배기사는 요소수를 사비로 구매해야 하므로 요소수 비용이 늘어나면 개인 택배기사에게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는 “유가와 유소수 비용 등이 급등했음에도 화물 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인상 없이 그대로 유지돼 모든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운행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