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현질’ 유도 탓 폐인 양산, 주가도 추락…석방 한달 안된 BJ ‘리니지W’ 프로모션 투입 “흥행력 보고 섭외”
엔씨소프트에 대한 비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MMOPRG 게임인 리니지를 보유했지만, 성공만큼 커다란 비난도 받아왔다. 게임사도 회사인 만큼 현금 결제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리니지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리니지 게임의 지나친 현질 유도 탓에 소위 린저씨(리니지 아저씨)라는 수많은 폐인을 양산하고 재산까지 탕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가 꾸준히 잘나갔던 이유는 ‘Pay to Win’(이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라)이라는 형식에서 재미를 줬기 때문이다. 현질을 유도해도 재미가 있으면 돈을 쓴다. 리니지는 그들에게 확실한 재미를 줬다. 돈을 쓰면 강해지고, 다른 사용자를 압도해 강력함을 뽐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모바일로 이식한 2017년 리니지m, 2019년 리니지2m 등에서 출시 초기 흥행 몰이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은 달랐다. 엔씨소프트가 상반기부터 ‘리니지m 문양 사건’ 등 지나친 사행성, 도박에 가까운 확률형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유저 반발에 직면했다. 일부 유저들은 엔씨소프트를 규탄하는 트럭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야심차게 출시한 블레이드&소울2(블소2)를 통해 또 다시 리니지와 다를 바 없는 과금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블소2는 흥행 참패를 맞게 된다. 결국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블소2 흥행 참패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폭락하면서 1주일 만에 시가총액 약 5조 원이 증발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우리도 외부에서 여러모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11월 4일 출시한 리니지W에 엔씨소프트의 사활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출시와 함께 유튜버, BJ 등을 섭외해 프로모션 방송을 했다. 프로모션에 나선 방송인 인범은 현금 2억 원 규모인 700만 다이아를 걸고 전설등급의 변신카드 ‘드래곤슬레이어’를 뽑겠다며 약 4시간 40분 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뽑기만 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BJ 불도그도 “과금에 2억 원을 썼는데 모두 내 돈이다”면서 인증하기도 했다. 이들의 홍보 때문인지 리니지W는 구글, 애플 양대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불법도박 혐의로 구속된 과거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BJ 인범은 도박 개장 혐의로 전북 익산경찰서에 구속된 바 있다. 다만 2014년 사건으로 이제는 기억에서 지워졌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BJ 불도그는 다르다. 지난 8월 BJ 불도그는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지난 10월 구속에서 풀려났다. 리니지 프로모션 방송을 한 11월 4일은 불도그가 구속에서 풀려난 지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국내 최고의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에서 이들을 프로모션 모델로 쓰는 것을 두고 내부 반발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측에서 BJ 불도그를 모델로 써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홍보대행사 측에서도 처음에는 불도그 이미지 때문에 만류했으나 엔씨소프트 측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가 돈다”며 “엔씨소프트가 흥행 몰이에 상당히 조급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담당자는 해당 BJ의 과거를 알 수도 있겠지만 홍보팀 차원에서는 알지 못한다”면서 “세간에서 구속 전력이 있는 BJ를 프로모션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안 좋게 볼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다만 인터넷 방송에서는 BJ의 과거보다는 흥행력 있는 사람을 섭외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들이 현금 결제한 수억 원의 돈을 엔씨소프트가 다시 돌려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전형적인 ‘Pay to Win’ 게임인 만큼 ‘BJ는 뒤에서 엔씨소프트가 밀어줘서 수억 원씩 결제하고, 일반 사용자는 10만 원 결제도 부담스러운데 이게 공정한가’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앞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BJ에게 과금을 따로 페이백해주지는 않는다. 광고비에 녹아 있고 BJ가 알아서 쓰는 게 관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BJ 결제를 우리가 내주진 않는다. 자세한 계약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우리는 광고비만 지불할 뿐 결제를 하는 건 BJ 몫이다. 광고비도 세간의 예측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씨소프트도 계속된 논란과 비판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과금 모델과 다른 ‘Play to Earn’(이용자가 플레이하면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게임) 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게임업계 화두가 블록체인 및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고 이런 트렌드에 맞춰가겠다는 판단이다.
최근 대표적인 ‘Play to Earn’ 게임으로 꼽히는 위메이드의 ‘미르4’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미르4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 흑철 10만 개를 모으면 게임 내 코인 드레이코 1개로 교환 가능하고, 드레이코 1개는 암호화폐 위믹스로 교환 가능하다. 위믹스는 현재 약 9200원에 거래 중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