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시부트라민 첨가한 ‘다이어트 초콜릿’…안전하다는 상인 말 믿고 구입한 엄마 망연자실
팅팅(가명)은 최근 장쑤성의 한 아동병원 응급실에서 숨졌다. 의료진은 소변과 피, 그리고 위세척 검사 등을 통해 팅팅 몸에서 화학성분인 시부트라민을 발견했다. 한 의사는 “시부트라민은 식욕을 억제해 다이어트 효능이 있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이다. 고혈압과 심장박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2010년부터 뇌혈관 위험을 일으키는 시부트라민의 생산과 판매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시부트라민이 들어간 약품은 모두 리콜하고 폐기하도록 했다. 그러자 시부트라민은 주로 암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시부트라민이 첨가된 약과 식품들을 은밀하게 불법 판매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 몸속에 화학성분인 시부트라민이 들어간 것일까.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아이 엄마가 다이어트 초콜릿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기가 구입한 초콜릿을 먹고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이 엄마는 얼마 전 SNS(소셜미디어)에서 한 광고를 봤다. 살을 빼는 초콜릿이었다. 살이 찌는 것을 고민하던 엄마는 웨이샹(웨이보 상인, 중국 최대 SNS 웨이보가 운영하는 개인 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인)에게 380위안(7만 3000원)을 주고 이 초콜릿을 구매했다.
아이 엄마에 따르면 초콜릿을 팔았던 상인은 “허브 성분이 들어가 있어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약효가 강해 소량 섭취를 권고했다고 한다. 엄마는 이 초콜릿을 먹고 빠른 효과를 봤다. 눈에 띌 정도로 살이 빠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심장 박동은 빨라졌고 땀을 많이 흘렸다. 잠도 설쳤다. 그래서 아이 엄마는 이 초콜릿을 집에 있는 한 가방에 넣어두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이게 화근이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모두 외출하고 혼자 집에 있던 팅팅은 엄마 가방에서 초콜릿을 발견했고 이를 먹었다.
장을 보고 돌아온 팅팅 할머니는 손녀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아이는 땀을 비 오듯 흘렸고, 구토를 했다. 의료진은 바로 위세척을 했지만 아이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병원으로 실려온 다음 날 아이는 숨을 거뒀다. 팅팅 엄마는 “다이어트 초콜릿이 위험한 줄 전혀 몰랐다. 시부트라민이 주성분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팅팅 엄마에게 초콜릿을 판매한 웨이샹은 27세 왕 아무개 씨였다. 왕 씨는 지인으로부터 시부트라민이 들어간 사탕, 초콜릿 등을 판매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왕 씨는 운전기사를 하며 모은 돈 110만 위안(약 2억 5000만 원)으로 총 200kg의 시부트라민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 씨는 시부트라민이 들어간 사탕, 초콜릿, 과일 등을 만들었다. 주문은 인터넷으로만 받았다. 또한 왕 씨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시부트라민을 판매하기도 했다. 왕 씨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었다. 경찰은 불법 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한 혐의로 왕 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초콜릿을 먹고 숨진 팅팅은 돌아올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2019년 10월 광둥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높은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여학생 부친은 딸의 일기장을 보고 분노했다. 딸이 다이어트 약을 먹고 어지럼증, 불면증으로 괴로워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친은 딸의 계정으로 접속해 다이어트 약을 팔았던 상인을 찾아냈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부트라민으로 다이어트 약을 만들어 여학생에게 판매한 첸 아무개 씨를 붙잡았다. 첸 씨는 전국에 판매상을 갖고 있던 ‘거물’이었다. 그로부터 다이어트 약을 구입한 이는 수만 명에 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첸 씨는 3500위안(64만 원)어치 시부트라민으로 3만 위안(555만 원)에 달하는 약을 만들어 팔았다.
중국 형법 144조는 식품 원료가 아닌, 독소 또는 유해한 것을 섞거나 판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과 벌금형에 처한다. 특히 이로 인해 인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했다면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한다. 사망에 이르면 형법 41조에 따라 최고 수위 형벌을 내리도록 한다.
베이징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저우하오 변호사는 “시부트라민이 유통되는 온라인상의 판매를 통제하는 강화 법률이 필요하다. 또한 처벌 단계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쉬저우 인민검찰청 검사는 “다이어트 약의 경우 성분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시부트라민이 있다면 우선 공안에 신고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