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실패로 사회 양극화 더 심해져…안철수-윤석열 단일화 어렵지 않을 것”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 정책들에 대해 대대적 감사를 진행했고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최근엔 2022년 예산안 등을 두고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박원순 지우기’가 본격화됐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오 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라고 반박한다. 일요신문이 11월 22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오 시장을 만났다.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지 7개월이 지났다.
“큰 틀에서 두 가지로 대변해 볼 수 있다. ‘서울비전 2030’ 설정과 ‘서울시 바로 세우기’다. 서울시가 좌표를 잃고 방황한 10년이었다. 전임자(박원순 전 시장) 일의 의미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많은 서울시민들이 그 시간 동안 서울시가 달라진 걸 못 느끼겠다고 말한다. 실제 각종 국제기관 평가나 도시경쟁력 지수 등 수치가 하락했다. 삶의 질도 떨어졌다. 이를 감안해 ‘서울비전 2030’은 공정상생도시, 글로벌선도도시, 안심도시, 미래감성도시 등 4개 비전 하우스를 축으로 각 내용에 맞게 20개 핵심사업과 78개 단위사업을 구성해 발표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전임 시장 역점사업 중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받아온 특정사업을 수탁한 민간단체, 특정 민간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들을 바로 잡는 작업이다. 7개월간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인력과 조직 개편이 있었고, 마지막 단추가 이제 2022년도 예산안이다.”
―내년 예산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TBS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두고 말이 많은데.
“TBS는 2년 전 독립재단으로 새로 출범했다. 권한과 책임·예산까지 다 독립해야 하는데, 지금은 돈은 받지만 관여는 받지 않겠다는 거다. 긴 틀에서 보면 한번은 정리를 해야 할 사안이다. 그래서 예산 123억 원을 삭감했다. 물론 TBS 조직이 느끼는 충격은 있을 거라고 본다.”
―단계적으로 삭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독립재단을 출범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한다. 유능한 CEO라면 경영상 독립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1년 동안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변화의 기준은 KBS나 EBS와 같은 공영방송이다. 재정 자립률이 50% 정도 된다. 이번 삭감도 50%로 갑자기 올릴 수 없어 좀 낮춘 거다. 2~3년 여유를 두고 50%에 근접하게 만들어갈 생각이다. 또한 다른 투자출연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 서울시에 20개가 넘는 투자출연기관이 있는데, 일정 부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관의 평균을 냈더니 재정 자립률이 33~53% 정도다. 그런데 TBS는 지금 2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고려 변수들을 감안한 게 123억 원이다. TBS는 상업광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은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TBS 내부에선 상업광고가 허용된 이후에 예산을 삭감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상업광고를 허가 받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열심히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방통위 속기록을 보니 방통위는 ‘TBS가 서울시에서 충분한 예산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상업광고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더라. TBS 구성원들은 ‘갑작스럽다’ 얘기하지만, 서울시가 충분한 예산을 주면 방통위에서는 그걸 핑계로 또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한번은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판단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시민단체 예산도 줄였다. ‘박원순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민간 위탁업무를 수탁한 단체, 보조금 수령 단체다. 그들이 해왔던 여러 일들이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다. ‘정이 흐르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이론적으로는 이상주의적이다. 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3년 정도 지나면 평가를 받고 시행착오를 반영해 사업을 더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들 단체는 짧게는 5년, 길게는 7~8년 동안 서울시 예산을 마치 공무원이 된 것처럼 받아다 썼다. 그 단체의 장들이 서울시 국장·과장·팀장으로 들어와 다시 보조사업이나 위탁사업을 하는 것처럼 됐다. 그러다 보니 효율성도 떨어지고 특혜 시비도 있었다. 사업 목적 달성 측면에서 높은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뜨개질하고 꽃꽂이하고, 종이접기 한다고 마을의 정이 흐르는 건 아니다. 이런 지적이 된 사업에 지난 10년 동안 1조 원 정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투자돼왔다. 그래서 이번 예산안에서 832억 원을 삭감했다. 그들 단체 입장에서는 당장 쓰던 예산의 40% 이상이 줄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반성이 반영된 변화의 모색이고, 예산 재구조화다. 여기에 어디 박원순 지우기가 있느냐.”
―서울시가 내놓은 예산안을 두고 서울시의회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서울시의원들도 저와 생각이 같다고 본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인 시의회에서 지난 4년 동안 회의록·속기록을 보면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들이 많다. ‘박원순 시장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차라리 현금을 그냥 나눠줘라’ 이런 표현까지 나온다. 실제 반성과 지적을 모으면 책 한 권이다. 이제와 시장이 바뀌었다고, 과거 같은 당 시장이 했던 일에 대해 이른바 메스를 가하는 형태의 변화 모색에 전폭적 동의를 하기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정파적 판단에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계속해서 논의 중에 있고, 합리적 조정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여러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의 부동산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부동산 정책은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이른바 ‘신속통합기획’이 잘 진행되고 있고, 재개발·재건축 단지 기대감도 커졌다. 10월 말 마감한 재개발 신청 지역은 102곳이다. 그중 일단 25개만 선정할 생각이다. 재건축 단지도 대형 단지들을 포함해 20곳이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했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이 담긴 6대 재개발 규제완화도 도입하면서, 현재 순항하고 있는 가구 수가 8만 가구 정도다. 6개월 남짓 지났는데 굉장히 많은 물량이 속도를 내고 있는 거다.”
―재개발·재건축이 늘어나면 서울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난 서울시 국감 때 보여드렸듯 그래프를 그려보면 분명하다. 서울 경기 인천의 주택가격 상승 그래프를 그려보면 똑같다. 마치 서울 재개발·재건축이 속도를 내 부동산 가격이 자극을 받는다는 비판은 과장됐다. 또 설혹 재개발·재건축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해도, 그동안은 공급이 부족해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왔는데 어떡하자는 얘기냐. 공급책을 구사하지 말라는 뜻밖에 안 되는데, 그러면 놔둬야 하느냐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공급 확대만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각종 규제 완화가 동행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무책임하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조세제도를 내놓고 있다.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그래야 물꼬가 트이는데, 이 정부는 팔지도 못하게 하고 보유하고 있지도 못하게 한다. 한마디로 국민들을 괴롭히는 세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과세 체계 전면 재검토를 언급했다.
“당연히 나올 법한 이야기다. 세제뿐만 아니라 임대차 3법 등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거다. 이게 서로 연동돼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전세 월세도 줄고 가격이 높아지도록 조장하고 있다. 집 소유자들이 보유세를 월세 입주자들에 전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번 대선은 그 심판의 장이 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보나.
“인물평이라기보다 이재명 후보와는 주택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저하고 많이 다르다. 같은 면도 있다. 기본주택이나, 반값 아파트, 토지임대부 분양, 지분적립형 분양 등은 유사하다. 하지만 어떨 때는 굉장히 다른 말을 한다. 민간 재개발을 멈춰야 한다며 서울시에서도 재개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대장동 사업에서 배워라’라고 얘기한다. 배울 게 없다.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다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후보가 지금까지 내놓은 주택 해법이 서울시와 논의된 게 아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도 있다. 서울시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여러 각도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바람직한 주택 공급의 유형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보면서, 잘 된 부분은 중앙정부에서 벤치마킹해 가져갈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 현명한 유권자분들께서 그런 점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시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4월 보궐선거에선 부동산 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도 이어질 거라고 보나.
“결국 부동산 실정에 대한 심판이 이번 대선 의미의 절반 이상 되지 않겠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사회 양극화인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진다.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건 당연하고 소득 격차까지 동시에 벌어진다. 주거비가 높아지니까 소득에서 주거비 비율이 급격히 상승해 실질적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내걸었던 게 뭐냐. 사회 양극화 해소다. 그걸 실패한 정권이 됐다. 사회 양극화 해소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받을 거다.”
―보궐선거에서 단일화 협상을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가 가능할까.
“안철수 대표도 시대적 소명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거다. 그렇게 보면 저는 단일화가 그렇게 어려울 거라고 느끼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서울시장 재선도 중요할 것 같다.
“선거라는 게 결국 미래지향적인 면과 그 사람의 업적에 대한 평가다. 특별한 전략은 없다. 내년 지방선거 때쯤이면 1년 정도 된다. 1년 동안 해온 오세훈 시장의 정책적 행보, 서울시를 경영한 모습들을 보고 시민들이 판단하실 거다. 미래지향적인 판단은 ‘서울비전 2030’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앞으로 5년을 이런 밑그림으로 하겠다는 공표였다. 이 두 가지를 두고 판단해주시리라 생각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