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남동생, “김병찬에 사형, 부실대응 경찰 처벌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자신을 ‘스토킹 살인 사건’ 유가족이라 밝힌 A 씨는 24일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 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시했다.
A 씨는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누나를 지키지 못한 경찰 무능함과 사건 발생 후 보여준 무책임함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경찰은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했으나, 신속 정확하게 사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또 다른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나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한 치밀하고 잔인한 살인마에게 희롱 당하다가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꽃다운 나이에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과정에서 누나는 살기 위해 경찰에게 수차례 도움을 요청하였고, 나라가 제공한 피해자 보호 제도를 굳게 신뢰했다. 생전 누나는 걱정해주는 친구들에게,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받고 ‘나에게는 만능시계가 있다!’, ‘경찰청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신이 도우신 것 같다!’ 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는 누나를 살인범으로부터 전혀 보호해주지 못했고, 누나는 차가운 복도에서 고통 속에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며 경찰의 대응을 지적했다.
A 씨는 “제가 대통령님과 정부에 요청 드리는 사항은 3가지다. 첫째, ‘스토킹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다시는 사회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완벽하게 ‘격리’하여 주시겠다고 약속해 달라. 둘째, 경찰의 부실대응으로 구해야 할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를 규명하고 처벌해 주시기 바라며, 책임자는 고인과 유족 앞에서 직접 진심어린 사과를 하겠다고 약속해 달라. 셋째,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피해자보호 체계 개선에 대해서 더 이상 ‘노력하겠다’가 아닌, 확실한 일정과 납기를 빠른 시일 내에 공표 해주시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했다.
A 씨는 경찰이 피해자의 스토킹 관련 신고를 여러 차례 접수하고도 부실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11월 7일 새벽 김병찬에게 살해 협박을 받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임시보호소에서 머문 후 9~14일까지는 지인의 집에서 머물렀는데 김병찬은 9일 피해자의 직장을 직접 찾아갔다. 피해자가 또 다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는 “출동한 경찰이 누나만 경찰서로 데려가고 살인범은 신체적으로 구속하지 않고 단지 ‘분리’ 시킨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공포에 떨고 있는 누나가 진술서 작성 시 횡설수설하자 한 경찰관은 ‘진짜 협박받은 거 맞느냐’라고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9일 신고 후에는 경찰이 피해자 신고에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정말 기가 막히지 않나. 위협을 가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피해자가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셀카라도 한 번 찍자고 해야할까”라고 호소했다.
서울경찰청은 관련 내용을 해명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 측은 “112 접수자와 피해자분과의 신고 내용 녹취를 확인한 결과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는 대화는 실제로 없다”고 밝혔다.
대신 “경찰관을 보내주겠다 어디로 보내면 되겠느냐”고 응답했고, 피해자는 “지금 현장을 벗어나 먼 곳에 있고 피혐의자도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선 신고건에 대해)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저녁이나 내일 출근할 때 경찰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면 도와주겠다’고 응답하고 실제 그날 저녁 피해자분이 도움을 요청해 경찰관들이 집까지 동행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논의 결과 김병찬이 미리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 주거지에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감식결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6월 26일부터 총 5번 김병찬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찬은 11월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피해자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가 사망 직전인 오전 11시 29분 처음 스마트워치를 눌렀으나 경찰은 12분 뒤인 11시 41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피해자는 이미 사망했고 김병찬은 현장을 떠난 후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24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살인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찬의 신상정보를 공개 결정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