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M&A로 OTT 경쟁력 강화, 부채비율 상승 속 점유율 제고 숙제…CJ “재무안전성 문제없다”
#글로벌 제작사 '엔데버콘텐트' 인수
지난 11월 19일 CJ ENM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그룹홀딩스 산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콘텐트(Endeavor content)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엔데버콘텐트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를 7억 7500만 달러(약 9200억 원)에 인수키로 의결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8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로 책정됐다. 잔여 지분 20%는 엔데버그룹이 계속 보유한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서다. 현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 및 핵심 인력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2017년 설립된 엔데버콘텐트는 영화, 방송,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다.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19개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폭넓은 탤런트·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및 유통망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립 이후 단기간 내 HBO, BBC 등 각국의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OTT에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유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J ENM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멀티스튜디오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물적분할을 통해 예능·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엔데버콘텐트와 신규 멀티 장르 스튜디오들을 스튜디오드래곤처럼 키워 콘텐츠 제작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CJ ENM의 설명이다.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확보와 이에 따른 수익성 확대도 기대된다.
CJ ENM의 자회사로 글로벌 OTT 시장 진출을 선언한 티빙이 강력한 우군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티빙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라인과 손을 잡고 내년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2023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6월 네이버는 400억 원을 투자해 티빙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상호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 ENM의 3대 주주,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덕분에 네이버 IP로 제작된 영화·드라마를 티빙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장지혜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글로벌 영화 제작배급, 영화관 CGV와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글로벌 OTT 시장 진출을 앞둔 티빙은 엔데버콘텐트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확보도 긍정적”이라며 “CJ ENM은 이번 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CJ ENM과 엔데버의 오리지널 IP를 확대하면서 OTT 글로벌 확대도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발주자 한계, 재무여력 빨간불
장밋빛 전망과 별개로 시장에선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CJ ENM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349억 원에 불과하다. 11월 19일 엔데버콘텐트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9000억 원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한 이유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약 1조 3000억 원에서 2조 2000억 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부채비율은 65.7%에서 92%로, 순차입금의존도는 8%에서 18.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데버의 재무구조도 리스크로 존재한다. 엔데버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34억 8000만 달러, 영업손실 1억 5320만 달러, 순손실 6억 549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엔데버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4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07억 달러로 지난해 말 96억 달러 대비 약 10억 달러 증가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수 대상인 엔데버콘텐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635억 원, 당기순손실은 357억 원”이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여파를 정통으로 맞은 탓으로 판단되나 재무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CJ ENM은 SM엔터테인먼트 연내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 영화·드라마·K팝을 아우르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이르면 12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지분 19.37%를 6000억 원 안팎에서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기존 사업에 투입돼야 하는 투자금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CJ ENM은 2025년까지 5조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만 콘텐츠 제작비용으로 80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6000억 원보다 33% 늘어난 규모다.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자해 100여 편의 오리지널을 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CJ ENM의 자회사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 고양시에 문화공간인 ‘CJ라이브시티 아레나’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라이브시티 사업비는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11월 2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금번 인수 계획 발표가 회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단기 차입 부담에 따른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CJ라이브시티 사업자금 소요 등 M&A를 포함한 대규모 추가 투자 소요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재무안정성 저하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J ENM은 지난해 4월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8%를 매각해 1658억 원을 확보한 경험이 있다. 티빙은 3000억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는 재무적투자자(FI)만 참여했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별도 스튜디오가 IPO를 통해 자금을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CJ ENM의 물적분할 후 성장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뉴스와 물적분할 가능성에 대한 공시를 종합해보면 분할 후 CJ ENM의 성장 전략은 부재하다”며 “SM엔터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스튜디오타이거(가칭)에 이어 기존 음악 사업부 역시 분할될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이 모두를 아우르는 커머스 전략이라도 동반돼야 하는데 예능,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모든 성장 전략을 다 분할하겠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M&A와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해도 이미 글로벌 OTT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를 상대로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모바일인덱스가 국내 주요 유료 OTT 6개 앱의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는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했다. 웨이브(19%), 티빙(14%), 시즌(8%), 유플러스 모바일tv(7%), 왓챠(6%)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11월 초 애플TV+와 디즈니+까지 국내 시장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점유율과 콘텐츠 투자 규모도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글로벌 총 가입자 수는 약 2억 1360만 명, 디즈니+가 약 1억 1810만 명으로 추산됐다. 올해 상반기 애플TV+가 약 4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는 180만 명에 불과하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츠 제작에 약 16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프라임은 약 70억 달러, 애플TV+는 약 60억 달러, 디즈니+는 약 17억 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CJ ENM 관계자는 “재무안전성에 문제는 없다”며 “최근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로의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엔데버콘텐트 인수를 시작으로 멀티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해 장기적으론 동서양의 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