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공룡’ 볼거리 풍부하지만 어색한 자막 불만…‘런닝맨’ 스핀오프 등 오리지널 콘텐츠 기대감
#디즈니 플러스, 왜 강할까
한국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는 이미 ‘오징어게임’과 ‘킹덤’ 시리즈 등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판도를 바꿔 놨다. 여기에 11월 4일 애플TV 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디즈니 플러스까지 포문을 열며 ‘빅3’ 구도가 형성됐다.
디즈니 플러스의 강점은 단연 ‘콘텐츠’다. 이미 보유한 콘텐츠만 약 1만 6000회차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플러스는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넷플릭스를 비롯해 다른 플랫폼에 공급하던 자사 콘텐츠를 모두 거둬들였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에서만’이라는 방침 아래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포석이었다.
디즈니 플러스의 또 다른 강점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가족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른바 ‘탈(脫) 19금’이다. ‘겨울왕국’이나 ‘알라딘’ 등은 국내 극장가에서 1000만 고지를 밟을 정도로 보편적 콘텐츠였고, ‘라이온킹’, ‘주토피아’, ‘인사이드아웃’, ‘소울’ 등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불린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넷플릭스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오징어 게임’과 ‘킹덤’ 외에도 최근 공개된 ‘마이 네임’ 등은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콘텐츠다. 폭력 및 노출 수위가 높아 자극을 극대화했다.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에서는 볼 수 없는 소재와 영상으로 새로움을 추구했지만 가족이 함께 즐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다르다.
디즈니 플러스는 기존 디즈니 콘텐츠의 확장성을 넓혔다. 이미 극장 상영을 마친 ‘어벤져스’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을 활용한 스핀 오프 콘텐츠가 즐비하다. 마블 히어로인 완다와 비전의 이야기를 넓힌 ‘완다비전’을 비롯해 빌런인 로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키’가 12일 론칭과 동시에 공개됐다. 이외에도 ‘스타워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실사 드라마인 ‘만달로리안’과 디즈니 캐릭터들이 출동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등은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디즈니, 기대만큼은 아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호평 일색은 아니다. 여러 OTT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무엇을 볼까 고르다 시간이 다 간다’는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이런 반응을 피해갈 수 없었다.
디즈니 플러스에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와 ‘헐크’, ‘스파이더맨’과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와 ‘블랙 팬서’의 오리지널 영화와 이들이 동반 출연하는 ‘어벤져스’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올해 개봉된 ‘블랙 위도우’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도 있다. 하지만 막상 오픈된 후에는 “이미 본 작품이라 또 보고 싶지는 않다”는 반응이 적잖다. 극장 상영 당시 워낙 큰 사랑을 받은 터라 마블 팬이라면 이미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블 시리즈의 특성상 커다란 극장 화면으로 봤을 때 느끼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스마트폰이나 PC 화면을 통해 즐기기는 어렵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자막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색한 표현이 돌부리처럼 걸린다는 지적이다. ‘심슨 가족’ 시리즈에서는 ‘역사상 최고’라는 의미를 가진 표현인 ‘The Greatest Of All Time’(GOAT)가 염소로 번역됐고, ‘병자 회복 시키/세요 모험을’이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오역도 이미 온라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 ‘데드풀 2’에 대한 작품 설명이 ‘1편의 후속편’에 그친 것을 두고 “성의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뒤따랐다.
이외에도 국가별 콘텐츠가 분류돼 있지 않고, 한국 콘텐츠가 적다는 등의 불만 또한 제기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는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 론칭 당시 겪었던 일들이다. 한국 시장 정착 단계까지는 여러 오류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지적을 빠르게 수정하는 동시에 재발을 방지해야 디즈니 플러스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은 현지화?
디즈니 플러스 못지않게 한국도 콘텐츠 강국이다. ‘오징어 게임’ 등으로 증명됐듯,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가 높고 대중의 자국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높다. 아무리 재미있는 외국 콘텐츠가 많다고 하더라도 국내 신작이나 한국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넷플릭스 역시 론칭 당시에는 이미 수년 전 상영을 마친 한국 영화들을 확보해 큐레이팅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에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태양의 후예’를 급히 수급하고 봉준호 감독과 손을 잡고 ‘옥자’를 만드는 등 한국 이용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애플TV 플러스는 배우 이선균이 주연을 맡고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닥터 브레인’을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선보였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론칭 전부터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해왔다. 가장 빨리 공개되는 콘텐츠는 SBS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격인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이다. 연내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고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 하하, 지석진 등이 참여한다. 이후에는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 가수 강다니엘의 드라마 데뷔작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드라마 ‘비밀의 숲’ 시나리오를 쓴 이수연 작가의 신작 ‘그리드’ 등이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자체 제작 콘텐츠는 아니지만 배우 정해인과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가 호흡을 맞춘 JTBC 드라마 ‘설강화’를 비롯해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 등도 확보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시행착오를 지켜본 타 OTT 플랫폼들은 한국 시장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발 빠르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했다”면서 “이는 아시아의 맹주라 할 수 있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높게 본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