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4’ 글로벌 인기…위믹스 코인값도 10배 껑충 ‘거품론’ 투자 주의
쌀먹은 최근 게임 아이템 거래로 돈을 버는 행위를 말하는 신조어다. 게임 아이템으로 ‘쌀 사먹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다른 말로 ‘Play to Earn’(이용자가 플레이하면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20년 전 흥행했던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인 디아블로2 리저렉션이 최근 출시되면서 게임 아이템 거래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디아블로2를 추억하는 구매력을 갖춘 직장인들이 게임에 뛰어들면서 이들에게 아이템을 팔면서 쌀먹이 활성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아이템 거래로 유명한 게임은 리니지가 있다. 리니지는 ‘진명황의 집행검’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2020년 엔씨 다이노스가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하면서 세리머니로 트로피 대신 이 집행검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반면 리니지는 돈을 벌기 위한 게임보다는 돈을 써서 강해진다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쌀먹과는 그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쌀먹의 대명사 위메이드 주가는 8월 말 약 3만 원대에서 채 3개월이 되지 않은, 11월 22일 24만 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약 19만 원대에 거래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3개월 만에 7~8배 상승한 주식이 흔한 일은 아니다. 위메이드가 내놓은 가상자산 위믹스도 지난 10월 말 2000~3000원대에서 11월 22일 2만 9000원을 기록하며 한 달도 안 돼 10배 이상 올랐다.
이 같은 폭등 배경에는 미르4 글로벌 서비스 출시가 있다. 미르4는 2020년 11월 국내 출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8월 글로벌 170개 국가에 출시됐다. 미르4는 국내 버전과 글로벌 버전이 다르다. 미르4는 블록체인 게임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핵심 기능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행성을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르4는 ‘Play to Earn’ 개념을 제대로 적용하고 가상자산과 결합시킨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 거래가 미르4의 핵심 기능인 이유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르4를 보며 위메이드가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고 느껴졌다. 가상자산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잘 조정되는 경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서 “미르4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막으면 PK(유저간 싸움) 없는 리니지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르4는 흑철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미르4 쌀먹을 위해서도 흑철이 필요하다. 흑철은 캐릭터가 강해지는 데 쓸 수도 있고, 흑철 약 10만 개는 드레이코라는 가상자산으로 변경할 수 있다. 위믹스가 기축통화라면 드레이코는 각 나라 화폐라고 보면 된다.
드레이코는 교환 비율에 따라 다시 위믹스와 바꿀 수 있다. 교환 비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위믹스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반대로 게임 내 금화나, 가상자산인 드레이코를 사서 흑철 10만 개와 바꿀 수도 있다. 흑철은 이벤트나 과제를 주면 소량 얻을 수 있지만 결국 비곡이란 지역에서 채광을 해야 한다.
흔히 미르4가 쌀먹 게임으로 알려지자 채광만 하는 게임으로 오해가 생겼다. 그런데 너도나도 비곡에 가서 채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르4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문파다. 문파를 구성해 다른 문파와 연합을 맺거나 적대하며 채광 지역인 비곡을 점령하거나 성을 점령할 수 있다. 점령한 문파가 아닌 유저가 비곡에서 채광하고 있으면 그대로 맞아 죽는다. 미르4에서 흑철은 힘이다. 점령 문파는 다른 유저가 흑철을 가져가는 것을 방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곡을 점령한 문파도 흑철을 모두 바꿔 팔아먹을 수는 없다. 비곡을 노리는 다른 문파와 경쟁 관계이기 때문이다. 흑철을 통해 다른 문파와 경쟁할 정도로 강해지고 남은 흑철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비곡 점령을 노리는 문파는 ‘현질’인 금화를 사거나 드레이코를 사서 흑철과 바꿔 강해진다. 비곡에서 나오는 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또 게임이 재미있어서 드레이코나 위믹스를 산다. 일부는 맞으면서도 도둑 채광을 이어가거나 과제로 번 흑철을 팔기도 한다. 그렇게 게임 내 '흑철-드레이코-위믹스'로 이어지는 균형이 완성된다.
위메이드는 미르4 동시접속자는 10월 중순 80만 명에서, 10월 말 100만 명을 돌파했고 11월 11일 13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MMORPG 게임에서 동시접속자 100만 명 이상 게임은 손에 꼽는다. 대표적으로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가 약 250만 명 동시접속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수많은 게임이 나왔는데 동시접속자 100만 명 이상을 돌파한 MMORPG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처럼 위메이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은 확실하다.
위메이드는 정식 출시 당일 총 11개 서버에서 시작한 미르4는 현재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 인도, 북아프리카와 중동 권역에서 총 207개 서버로 확장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인이 글로벌 서버에서 게임하기 위해서는 VPN(가상 사설망)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해서 VPN을 이용해야 하는 것처럼 한국은 철저히 차단해 놓았기 때문에 한국인의 글로벌 서버 접근은 쉽지 않다.
10월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내년까지 위믹스와 연동하는 100개 블록체인을 내겠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 위믹스는 기축통화이고 미르4-드레이코 같이 각 게임의 가상자산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르4 성공 분위기와 앞으로 출시될 게임 기대를 통해 위믹스 가치가 한 달 만에 10배 뛴 것이다.
위메이드 시가총액은 약 6조 4000억, 위믹스 시가총액은 약 2조 5000억 원이다. 고작 게임 서비스를 두고 10조 원 가까운 가치가 말이 되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르4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위메이드는 미르4 출시 초기 매출만으로도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어났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앞서의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위믹스 행보가 눈에 띄지만 지금의 가치가 적당한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거품일 수도 있다. 급하게 10배 오른 만큼 10분의 1 토막 날 수 있는 곳이 가상자산 시장이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