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단체들 항의에 “회고록 통해서도 사과해 와, 첫 사과 아니다” 반박
이순자 여사는 이날 오전 발인식에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며 "돌이켜 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신 후 저희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공식 석상에서 사죄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으나 정확히 '사죄의 대상'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이 여사의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와 삼청교육대 전국피해자연합회 등 단체들은 "이순자의 사과 의도 발언은 5공 피해자인 우리가 볼 때 어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5·18뿐 아니라 삼청교육대, 학생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 등 전국에 걸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으며 장기간 고통스런 나날을 지새어 온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두환 일가와 신군부 수뇌부들의 재산은 12·12 군사반란과 5·18광주학살로 찬탈한 권력을 이용해 온갖 불법과 비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전두환 일가가 불의하게 만든 재산 모두를 5공 피해자와 국민들 앞에 내어놓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전 씨의 측근이자 전두환 회고록 집필에 참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이 같은 단체들의 반응에 "이순자 여사가 5·18에 관해 사과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화장장인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민 전 비서관은 "5·18 단체들이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순자 여사가) 5·18에 관해서 말씀하신 게 아니다. 재임 중이라고 분명 이야기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를 봤는데 이순자 여사가 처음으로 사과헀다고 하지만 처음이라는 말은 다들 잘못 아는 것"이라며 "대통령 재임 중 여러 가지 과오가 있었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회고록에도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 씨의 장례 절차는 5일 가족장으로 진행됐으며, 장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으면서 유해는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