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력 세지만 치명률 낮아 기존 백신·치료제 효과…“델타 정도 타격” “일상회복 확진자 증가는 우려”
새 변이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부터 논란이 일었다. 그간 발생 지역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WHO는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을 이용해 이름을 부여해 왔다. 콜롬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9번째 변이인 MU(뮤) 변이 다음은 NU(뉴)라는 글자다. WHO는 ‘NU는 새롭다는 New와 혼동될 수 있다’고 해서 건너뛰었다.
NU 다음은 XI(크사이)라는 글자인데 역시 건너뛰었다. XI가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성과 알파벳이 동일하다. 세간에서는 시진핑 수석을 의식해 건너뛰었다고 추측되면서 WHO를 향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WHO는 공식 발표를 통해 XI가 중국에서 흔한 성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미크론 변이 발견으로 세계는 공포에 휩싸였다. 남아공 보건부에 따르면 남아공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월 18일 585명에서 25일 2465명으로 일주일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확산세가 너무 빠른 데다 전 세계인이 접종하고 있는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했기 때문에 두려움은 커져 갔다. 백신이 효과가 없다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시장도 즉각 반응해 11월 2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22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가 13.1% 하락한 배럴당 68.1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하락한 것은 2020년 4월 폭락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변이 탓에 사람들의 이동이 줄고 경기가 둔화되면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정도 대폭락의 배경에는 변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투자 관련 유튜브 ‘김단테’ 채널을 운영 중인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오미크론 공포와 더불어 미국이 유가 급등으로 인해 석유 비축분을 풀겠다는 발표가 있었던 것이 더해져 크게 급락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유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증시도 반응했다. 아시아, 유럽,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미국 증시는 약 2.5%가 떨어지면서 역대 ‘블랙프라이데이’ 가운데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날로 남았다. 반면 모더나가 크게 오르는 등 코로나 수혜주는 상승하면서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조금씩 연구 데이터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걱정할 이유도 충분히 있지만, 초기 공포에 비하면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략 정리하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정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10월 28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 의견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는 ‘꽤 순한 편’이다. 생각보다 센 것 같지 않다. 치명률이 떨어지고 입원율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같은 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브리핑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빠르게 퍼지고 있고 입원율도 상승하지만 급격하게 오르진 않고 있다”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 입원을 한다. 백신을 맞고 나면 오미크론 변이에 걸려도 심하게 앓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초기 공포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백신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데다 치명률도 생각보다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아공 변이 브리핑은 “전염력이 강력해 확진자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백신을 맞고 나면 심각한 질병으로까지는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미크론을 처음 보고한 안젤리크 쿠체 남아공 의사도 “오미크론 환자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호소했다”면서 “오미크론이 증상이 가벼운 만큼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며 추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회사 내 의약 분야 전문가들과 얘기해 본 결과 먹는 치료제들은 효과에 문제없을 것 같다”면서 “머크 사의 ‘몰누피라비르’ 등 먹는 치료제는 스파이크를 타깃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스파이크 쪽 돌연변이가 있더라도 치료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기존 백신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먹는 치료제 역시 효과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동주 대표는 “미국 주식시장이 초기 분위기만큼 크게 반응이 나오고 있진 않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오미크론 변이의 시장 영향을 델타 변이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델타 변이로 인해 단기적 변화는 있었지만 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은 것처럼 오미크론 변이 자체가 시장 자체에 큰 변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금 당장 입원율 관련 지표가 그리 높지 않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당장이라도 백신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리스크라서 충격이 크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 방역 전문가인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오미크론 변이를 두고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오미크론 걱정보다는 현재 국내 감염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12월 초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4000명에서 5000명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중환자 병상 예비율이 더 떨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 교수는 “방역과 의료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쉬어 가야 할 시점이다. 일상회복 시작 이후 3주 차부터 매주 확진자가 10~15%씩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 증가에 속도가 붙으면 그때부터 정말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전환하는 건 국민 부담이 너무 큰 만큼 당분간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 이행을 잠시 쉬어 가자는 안을 제시했다. 당분간 국내에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보다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인한 확진자 증가가 큰 걱정이라는 분석이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