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화 방향성 호평, 차별화는 물음표…이커머스 업체 잇따라 인수해 겹치는 사업 ‘교통정리’ 필요
#M&A에 지분 투자에…
GS리테일은 올 하반기 인수한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통해 실적 반등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사명을 ‘위대한상상’으로 바꾸고, 11월에는 월 9900원짜리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를 선보였다.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최근 온라인 전환을 위한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와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요기요에서 음식뿐 아니라 편의점과 마트 상품도 제공하고, 투자한 물류업체들을 통해 라스트마일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자회사 어바웃펫을 운영 중이고, 지난 7월 사모펀드와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한 만큼 요기요에서 반려동물 제품도 선보일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지분 투자한 당근마켓을 통해서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할인 판매 중이다. 최근 온·오프라인 가정간편식(HMR) 판매 채널을 보유한 쿠캣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도 내놨다. GS리테일 계열사 GS프레시몰·랄라블라·GS홈쇼핑·달리살다·GS샵 등을 한 곳에 모은 통합몰 ‘마켓포’를 지난 4월부터 시험 운영 중이다. 마켓포에는 더반찬, 얌테이블 등 푸드 전문 브랜드 상품도 취급하며, 새벽배송과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 6월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도 출시했다. 전국 1만 5000개에 달하는 편의점과 330개의 슈퍼마켓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앱으로 주문하면 1시간 내 배달해준다.
GS리테일의 목표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취급액을 현재 15조 5000억 원에서 25조 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디지털 커머스와 인프라 구축, 신사업 등에 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쇄신에도 나섰다. 12월 1일 정기 인사에서 GS리테일을 이끌어 왔던 조윤성 사장을 대신해 오진석 편의점사업부장(부사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요기요와 펫프렌즈 투자를 이끈 이성화 신사업부문장을 상무로 승진시키고, 온∙오프라인 유통의 다양한 업태를 거친 이한나 상무를 외부에서 수혈했다. 그간 편의점과 홈쇼핑으로 유통업 덩치는 키웠지만, 온라인 대응에 미흡했던 만큼 뒤늦게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실적은 GS리테일의 절박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GS리테일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7254억 원, 10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29.8% 늘었다. 그러나 사업부별로 보면 주력 사업 편의점은 3분기 매출 1조 92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은 743억 원으로 6.7% 하락했다. 슈퍼마켓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후퇴했다. 매출은 3264억 원, 영업이익은 13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9%, 1.6% 감소했다. 홈쇼핑은 매출 2931억 원으로 2.2% 상승했으나, 판촉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27.4% 하락한 279억 원에 그쳤다.
특히 편의점은 리테일 사업부문 중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CU의 점포 수는 1만 4923개로 전년 대비 1046개 늘면서 GS25(1만 4668개인)를 제쳤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1조 8365억 원, 69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9.1%씩 증가했다. CU와 GS25의 실적이 엇갈리는 이유로 업계는 상품 경쟁력의 차이를 꼽는다. CU는 곰표맥주 시리즈와 편스토랑·백종원 간편식 등을 내놓으며 꾸준히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또 하나은행과 손잡고 금융특화 편의점을 내놓거나,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U편의점이 입점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매출 성장 동력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올해는 GS편의점에서 눈에 띄는 히트 상품이 없었다”며 “워낙 합병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고, 퀵커머스에 힘을 실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제살 깎아먹기 막으려면
GS리테일이 설정한 방향성이 적절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성장세가 둔화한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인수한 업체들과 접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다. 퀵커머스 시장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강자로 올라서 있으나, 현재 시장이 초기 단계로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다만 퀵커머스는 플레이어들이 출혈 경쟁을 감안하고 뛰어드는 시장으로, 도태되는 기업들이 나올 때까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버텨야 한다.
퀵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자본력과 라이더, 네트워킹만 받쳐준다면 누구든 진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문턱이 높진 않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을 굉장히 빨리 체크하고 바꿔야 한다”며 “쿠팡과 배달의민족처럼 시장 흐름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전했다.
통합몰 마켓포도 쿠팡과 네이버, 쓱닷컴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미 다 내놓은 서비스로 차별화 포인트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올 4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통합몰 마켓포를 7개월이 지났는데도 정식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내부에서 서비스 차별화를 고민하고 있어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원체 강자들이 많아서 장기 손실을 감안하고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며 “말도 안 되게 배송이 빠르든지, 가격이 싸든지 해서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타사들이 그런 서비스들을 다 제공하고 있어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S리테일의 경우 편의점 시장은 여전히 규모가 크고, 오프라인 인프라가 탄탄한 만큼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있는 사업이지만 다시 새로운 기업을 인수한 만큼 업무 영역이 중첩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우딜과 요기요, 심플리쿡과 쿠캣, 어바웃펫과 펫프렌즈 등 겹치는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닌데 이를 어떻게 잘 정리하고 뭉쳐낼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편의점은 프랜차이즈업이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생계와 연관돼 있고, 퀵커머스는 밀키트와 간편음식, 음료 등에 있어 편의점과 영역이 겹친다. 본사가 퀵커머스 쪽으로만 힘을 싣게 되면, 점주들은 상권 침해라며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우딜을 출시한 지 얼마 돼 요기요를 사들였다. 또 심플리쿡 인지도가 낮으니 보다 잘 알려진 쿠캣 인수를 검토하는 모양새인데, 투자한 사업이 기존 사업과 충돌하는 만큼 어찌 풀어갈지가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들이 온라인을 불문율처럼 잘 운영하지 않았던 이유는 상권 침해 이슈 때문이었다”라며 “GS리테일이 온라인 사업을 운영하면 기존 편의점 상권하고 부딪칠 수밖에 없고 점주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온라인이 잘 돼서 오프라인 사업을 잡아먹게 될 경우 제살 깎아먹기가 된다”며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 그 상황을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기존 조직과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GS리테일 측은 “M&A와 신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채널들을 발굴하고, 이를 기존에 있던 다양한 오프라인 점포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