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세금소송 특별한 이유

뒤늦은 ‘필요경비’ 실제조사에 이의

지난 6월 22일 수원지법은 배용준이 ‘2005년 귀속 종합소득세 23억 2700여만 원을 취소하라’며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배용준이 신고 납부 과정에서 공제한 필요경비 74억 원을 전부 필요경비로 지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거가 있는 신용카드 사용액(2억 4000여만 원)과 스타일리스트 지급 경비(2000만 원)만을 필요경비로 인정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배용준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의 수입이 공개됐다. 2003년 20억 1000만 원, 2004년 91억 원, 2005년 238억 8000만 원, 2006년 95억 8000만 원, 2007년 91억 원, 합계 5년 동안 무려 536억 7000만 원이나 된다. 재판부는 “지출한 필요경비 내역을 입증해야 하나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았다”며 이천세무소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배용준은 왜, 수입 규모가 공개되는 것을 감안하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일까.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 관계자는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94년부터 추계신고를 통해 종합소득세를 납부했는데 2005년에만 실제 조사를 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 타당한지를 가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종합소득세를 추계신고할 경우 복식부기 장부를 기록하지 않고 세무 당국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필요경비를 계산한다. 세무 당국이 정한 비율보다 필요경비가 더 드는 경우에는 복식부기 장부를 기록해 필요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데 반해 반대로 비율보다 필요경비가 덜 드는 경우는 추계신고가 유리하다. 배용준의 경우 추계신고를 통해 세무 당국이 정한 비율로는 필요경비가 74억 2000만 원이나 되지만 중부지방국세청의 실제 조사에 따르면 입증된 필요경비는 2억 60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71억 6000만 원이 소득으로 합산돼 23억 2700만 원의 추가 세금이 추징된 것.

물론 억울한 점도 있다. 2005년 종합소득세를 이미 2006년에 납부했는데 실제 조사는 2008년 7~9월에 이뤄졌다. 이미 2년 전에 세금을 납부한 터라 관련 입증자료를 모두 폐기했다면 입증할 방법이 없을 수 있다. 결국 배용준 측은 2005년 종합소득세를 세무 당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추계신고를 통해 정상 납부했는데 뒤늦게 2005년 종합소득세만 실제조사를 한 것이 타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당수의 연예인들은 앞에서 언급한 복식부기 장부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필요경비를 높여야 세금을 줄일 수 있어 자동차를 리스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필요경비를 늘리고 있다.

신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