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속 몸값 반토막, 퀵커머스는 미래먹거리로 부상…‘실탄 없는 이마트’ 완주 불투명
#재점화된 한국미니스톱 매각
최근 일본 이온(AEON)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삼일PwC가 일본미니스톱의 100% 자회사인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한국미니스톱의 예비입찰 결과, 편의점업계에선 이마트24가 유일하게 참여했고 유력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되던 롯데그룹은 불참했다. 이마트24외 넵스톤홀딩스,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 유니슨캐피탈 등 4~5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PwC는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한 후 실사를 거쳐 내년 1월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8월 매각설이 제기됐다. 이온그룹이 미즈호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당시 한국미니스톱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지만, 지난 10월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삼일PwC가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 발송을 시작했다.
한국미니스톱 몸값은 2000억 원대로 책정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2018년 11월 한국미니스톱이 매물로 처음 나왔을 때의 반값 수준이다. 당시 롯데그룹(세븐일레븐)이 4300억 원의 최고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협상 과정에서 가격 등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2019년 1월 후지모토 아키히로 일본미니스톱 사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서 매각 철회 의사를 전달했고,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매각 철회를 공식화했다.
미니스톱의 기업가치는 최근 급격하게 떨어졌다. 2019년 6월 일본미니스톱은 (주)대상으로부터 주당 4만 945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20%(101만 6000주)를 416억 원에 인수했다. 반면 지난해 6월에는 미쓰비시로부터 주당 1만 8700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3.94%를 37억 원에 매입했다. 1년 만에 주당 가격이 55% 떨어진 셈이다. 2019년 7월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것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은 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1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은 각각 143억 원, 1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첫 매각 철회 때 강조했던 이익잉여금은 1000억 원대에서 589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매출은 1조 794억 원을 기록하면서 1조 원대를 지켜냈다.
#주목되는 이마트24 완주 여부
편의점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곳이다. 점포수가 곧 이익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란 뜻이다. 문제는 편의점 출점과 관련된 규제로 인해 단시간 내에 점포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12월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편의점 점포의 근접 출점을 자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율규약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점포와 최소 50~100m 벗어나서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분별한 편의점 출점을 막기 위한 ‘거리 제한’ 규정이 18년 만에 부활한 것. 업계 4위인 이마트가 외형 확장을 위해선 M&A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편의점을 퀵커머스 배송 거점 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미니스톱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전 매장에 치킨·어묵 등 즉석조리 매장을 운영하는 미니스톱의 평균 매장 면적은 82.6㎡(약 25평)다. 경쟁사는 대부분 66㎡(20평) 이하다. 신세계그룹 내 퀵커머스 전초기지인 이마트24는 현재 1300여 개 가맹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리모델링 비용이 적지 않게 투입돼야 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미니스톱을 인수한다고 해도 국내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마트가 점포 수 기준 업계 5위인 미니스톱을 인수해도 순위에는 그대로 유지된다.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점포 수는 △CU(1만 4923개) △GS25(1만 4688개) △세븐일레븐(1만 486개) △이마트24(5301개) △미니스톱(2607개) 등의 순이다. 이마트가 미니스톱을 인수해 전체 점포를 흡수해도 7908개에 불과하다.
점포수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편의점 가맹점들은 계약이 끝난 후 조건 등이 더 좋은 브랜드로 ‘변경 출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는 근접 출점이 제한됐을 때 변경 출점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변경 출점은 기존 가맹점이 평균 5년 단위의 계약기간 만료 시 타 브랜드로 재오픈하는 것을 뜻한다.
레드오션(시장 포화)인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이마트24도 말레이시아에 첫 매장을 내며 해외 진출 신호탄을 뒤늦게 쐈다. 목표는 올해 말까지 10개 점, 5년 내 300개 점이다. 앞서 2018년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손을 잡은 BGF리테일은 몽골에서 CU 매장 140여 개를 운영 중이다. 현지 편의점 시장 점유율의 약 74%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점포를 3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올해 3월 베트남 GS리테일은 100호점을 돌파했고, 5월에는 몽골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24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34억 원에 불과하다. 모회사의 지원 없이 인수할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올해 이마트가 M&A에 투입한 자금만 4조 30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성수동 이마트 본점까지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실정이다. 경쟁력 확보에 물음표가 찍히는 편의점을 무리해서 인수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이마트는 2014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마트24 유상증자에 10차례 참여해 총 2980억 원을 지원해줬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원을 뚝 끊었다. 이마트24 내부에서도 인수 의지를 두고 ‘찔러보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이마트24 관계자는 "미니스톱 인수와 관련해서는 밝힐 입장은 별도로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