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언테업계 등 너나 없이 진출…매매 시 법적 권리 보장 안되고 실제 자산 가치도 물음표
#대체 NFT가 뭔데?
NFT란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한 디지털 토큰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기에 모든 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복제와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 다른 토큰과 대체할 수 없는 별도의 인식 값이 있어 상호 교환이 안 되고 희소성을 갖는다. 덕분에 음악과 영상, 게임아이템, 부동산 등 소유권이 중요한 산업에서 NFT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게임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진출을 선언했다. 합종연횡도 활발해 코빗은 SK스퀘어, 코인원은 게임빌과 NFT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업비트는 최근 NFT 거래 플랫폼을 내놨고, 운영사 두나무가 하이브와 지분을 교환하고 YG에 지분 투자한 만큼 엔터업계와 협력할 계획이다. 빗썸은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함께 초록뱀미디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NFT 사업에 함께 뛰어들었다.
산업계가 NFT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새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유저들이 이기기 위해 아이템 구매 등에 돈을 쓰는 페이투윈(Pay to Win·P2W)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왔다. 여기에 게임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캐릭터나 아이템을 NFT로 만든다면, 이용자와 게임사 모두 돈을 버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으로 전환 가능하다. 이용자는 소유한 캐릭터 NFT를 판 뒤 대가로 받은 코인을 거래소 상장 가상화폐와 교환해 현금화할 수 있고, 게임사는 각종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엔터업계는 가상 플랫폼에서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각종 굿즈를 판매할 수 있고, 콘텐츠 업계는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필요한 검증과 보안, 오류 점검, 협력업체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술업계의 경우 NFT는 창작자의 수익 창출뿐 아니라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기존 미술품 경매시장은 일부 자산가나 기업 등 B2B 대상 거래가 많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NFT를 도입하면서부터는 기술과 투자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하면서 대중적 접근이 원활해졌다. 소유욕도 채워준다. 한국 서울과 미국 뉴욕 등 가상 부동산을 NFT로 만들어 거래하는 플랫폼이 늘고, 투자금도 몰린다.
다만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선결해야 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NFT의 법적 권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NFT 구매 시 자산의 모든 법적 권리를 양도받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NFT 자체만으로 기초자산의 소유권, 저작권, 독점적 이용권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예컨대 투자자가 NFT 제작자에게 특정 그림을 기초자산으로 한 NFT를 구매해도, 기초자산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 및 소유권이 별도로 담보돼 있지 않으면 제작자는 같은 그림을 수백 개의 NFT로 만들어 판매 가능하다. 다른 예로 유명한 스포츠 경기 영상을 NFT로 만들어 판매했을 때 구매자는 그 NFT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만, 그 외에 누구든 해당 영상을 인터넷에서 시청할 수 있다. 저작권 역시 제작자가 아닌 타인에게 있다면 저작권자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다.
법적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점은 NFT가 미술품과 같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할 때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최근 한 미술투자사가 실험미술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건용 화백 작품을 NFT화하고자 했지만 이 화백이 저작권자인 자신의 허락이 없었다고 반발하자 출시를 보류했다. 실물 작품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별도의 양도 계약이 없는 한 저작권까지 양도되진 않기 때문에, NFT 발행을 위해서는 작품 소유권자와 저작권자 모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무조건 투자 'STOP'
원본의 무단 복제도 만연하다. 누구나 NFT를 만들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NFT로 무단 복제 및 도용해 거래하는 일이 적지 않다. 무단 복제한 NFT를 사면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저작권자에게 소송을 당할 수 있다. NFT의 자산성은 NFT가 아니라 매개된 기초자산에서 발생하기에, 기초자산이 사라지면 NFT는 네트워크상 계속 남겠지만 자산 가치는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NFT 원본은 외부 서버에 저장되는데, 서버가 보관 부주의로 훼손되거나 해킹당하면 비싸게 산 NFT의 기초자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실물 자산을 매개로 한 경우 미술품 유실과 훼손 등 자산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NFT 가치도 사라질 수 있다.
플랫폼의 지속성에 따라 NFT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도 리스크다. 특정 게임의 아이템 NFT를 샀지만, 해당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 NFT는 영원히 존재해도 가치는 없어진다. NFT의 실제 자산 가치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NFT에 담긴 기초자산이 투자 가치가 있는지 논의도 없이 거래되고 있다.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는 올 초 이런 NFT 열풍을 조롱하려고 방귀 소리를 NFT를 만들어 약 10만 원에 팔기도 했다. 수익 구조도 불투명하다. NFT를 메타버스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어떻게 활용해 수익을 낼지 구체적 설명은 없다. 코인의 경우 발행 시 백서를 통해 주요 참가자와 기술, 공모자금 사용계획, 위험성, 수익 모델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한다.
불법 자금 이동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NFT는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다 다르고,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녀가 발행한 NFT를 부모가 고가에 매수해 상속·증여세 없이 자산을 물려줄 수 있다. 정치인이 NFT를 발행하면 로비집단에서 고가에 사들이는 식으로 뇌물 공여도 가능하다. 도박에도 쓰일 수 있다. 판돈으로 2억 원 걸고 싶다면, 2억 원짜리 NFT를 발행해 도박 자금으로 내건 뒤, 번 돈의 금액만큼 자기 NFT를 도박 참여자들에게 팔면 되는 식이다. 거래가 매우 쉽고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NFT가 모든 금융적 기능을 하면서도, 전 세계에 관련 법적 조항이 없어 규제는 피해가는 셈이다.
NFT의 긍정적인 효과로 지목되는 콘텐츠 창작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도 우려의 지점은 있다. 일례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체가 NFT가 판매될 때마다 판매수익의 10%를 주겠다고 창작자와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보자. NFT는 특정 자산의 소유권을 스마트 콘트랙트에 작성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하는데, 스마트 콘트랙트 안에 그에 맞는 설정값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계약 내용은 지켜질 수 없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블록체인 위에 계약 내용과 실행 조건을 코드로 설정해놓고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뤄지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NFT의 법적 한계와 실제 자산 가치에 대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음에도 이 시장에 돈이 모인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몰린다”며 “NFT에 연동된 기초 자산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그래서 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등 자산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NFT 판매 플랫폼의 신뢰도와 지속성, 구매 시 NFT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 사용권 등 법적 권리를 담보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스마트 콘트랙트가 계약대로 코딩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NFT 거래 시 당초 합의했던 내용과 실제 수익배분이 다를 수 있다”며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 같은 전담기구를 만들고 콘트랙트를 감사해줄 감사관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NFT의 활용도가 높아야 소유 가치가 생기지, 지금처럼 사들인 뒤 거래 플랫폼에서 보는 행위가 전부라면 NFT 시장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아가 소유한 NFT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제삼자에게 대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도 언급된다. 메타버스 자체가 디바이스와 통신 속도, IT 기술과 플랫폼 등의 발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지 요원하다는 점은 한계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은 NFT를 구매하면 소장만 가능하다. 본인이 보유한 디지털 기기에서 돌려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며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NFT에 열광해서 사들이지만 꾸준히 소비해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다양한 활용·수익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