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경기의 일부…투수 원망 안해요”
▲ 지난 6월 25일 경기에서 상대 투수 산체스의 볼을 맞고 쓰러진 추신수. 클리블랜드 홈페이지 캡처 |
▲아직 샌프란시스코다. 오늘(6월 26일) 경기장 나갔다가 저녁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원정 경기에 가족들이 모두 동행했다. 내가 부상당할 때 경기장에는 아내와 큰아들 무빈이가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임신 중인 아내가 많이 놀랐다. 나중에 클럽하우스로 내려와서 다친 부위를 보고 많이 울더라.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산체스의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덕아웃에서 그걸 보고 있었고, 조심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야구에서 왼쪽 투수와 왼쪽 타자의 관계가 참으로 애매하다. 왼쪽 투수는 슬라이더를 즐겨 던진다. 항상 공을 끝까지 보고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그런 상황에서 몸쪽 깊숙이 공이 들어오면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왼쪽 투수와 왼쪽 타자 사이에선 몸에 맞는 볼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다. 산체스의 공은 고의성 빈볼이 아니었다. 그 또한 야구의 일부분일 뿐이다. 막말로 내 선수 생명이 끝난다고 해도 난 그 선수를 미워할 수가 없다. 고의성만 없다면 그건 경기의 진행 과정이기 때문이다. 투수는 몸쪽 공을 던져야 사는 거고, 단 그 공을 잘 때려야 하는 역할이다.
―부상당하는 순간 골절까지 생각될 정도였나.
▲공에 맞는,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아, 이건 심상치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손가락을 보니까 피가 솟구쳤다. 장갑을 벗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때 홈플레이트 뒤의 관중석에서 날 보고 있을 아내와 아들, 그리고 한국에서 TV로 보고 계실 부모님이 생각났다. 내가 아파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면 더 걱정하실 것 같아 경기장에서 나올 때는 애써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잠깐 아내와 아들을 만난 뒤, 난 병원으로, 아내는 호텔로 돌아갔는데, 아내가 차 안에서 계속 울었나보더라. 그때 무빈이가 이런 얘길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괜찮다고 했잖아. 엄마가 계속 울면 아빠가 더 힘들어하시니까 그만 울어”라고.
―어렵게 슬럼프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부상이란 암초를 맞이했다. 심리적으로 무척 괴로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 하루 자고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손가락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머리를 맞았더라면 더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았겠나. 곧 셋째 아이도 태어나는데, 아내의 산후조리를 나보고 하라고 이런 기회를 주셨나보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샌프란시스코의 병원에 가서 보니까 뼈가 부러진 부분에 지방이랑 근육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더라. 내 몸이지만, 그런 끔찍한 모습은 처음 봤다. 일단 여기선 임시 봉합만 한 상태이고, 내일 오후에 클리블랜드로 돌아가서 그 다음날(6월 28일), 손 부위 전문가로 알려진 토마스 그라함 박사한테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 전이라 회복 시기를 어느 정도라고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만약 6주 이상이 소요된다고 해도 열심히 재활에 매달려 가급적 복귀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
추신수는 부상 다음날에도 야구장으로 향했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모두 “호텔에서 쉬고 있지, 여긴 뭐하러 왔느냐”라고 반응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단다. “내가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어딜 가겠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야구장, 이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