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 목사부부 거짓말에 n차 감염 시작…함박마을 고려인 신도 다수 거주, 백신 미접종자 중심 확산 본격화
12월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까지 오미크론 확진 및 의심자는 56명으로 이 중 백신 미접종자가 34명(60.7%)이다.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 부부가 소속된 인천 미추홀구 A 교회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n차 감염’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교회는 유독 외국인 신자가 많고 그만큼 백신 미접종자도 많았다.
“A 교회는 몇 년 전부터 대형교회로 유명했어요. 특히 고려인을 비롯해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신도가 많아 아예 외국인들을 위한 예배가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외국인 예배를 담당하는 목사도 귀화한 외국인이고요. 외국인 신도들의 한국 초기 정착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집을 구하는 것부터 각종 행정처리, 병원비 수납 등을 도와준다고 들었어요.”
인천에 거주 중인 한 시민이 들려준 A 교회에 대한 설명이다. 김윤석 유아인 주연의 영화 ‘완득이’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작은 교회가 나오는데 A 교회는 인천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대형교회였다. 지금껏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된 교회들 가운데에는 유독 교리 등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A 교회는 지역 사회에서 외국인 보호 등 좋은 일을 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던 곳이다.
A 교회는 특히 ‘고려인’(옛 소련 국가에 거주하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포)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이 국적인 외국인 신도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지만 요즘에는 A 교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지역 사회의 감염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첫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가 “공항에서 방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전국적으로 40대 목사 부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거운데 신상털기까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인 A 교회의 40대 목사 B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 우리나라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천 시민이 언급한 ‘외국인 예배를 담당하는 귀화한 목사’가 B 씨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목사 부부가 “방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는 거짓말과 달리 실제 이들을 인천공항에서 차량으로 태워 온 이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30대 남성 C 씨다. 앞서의 인천 시민은 “A 교회 교인들이 단합이 잘되고 서로를 잘 도와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을 다녀오는 신도가 있으면 교인들이 인천공항으로 픽업을 나간다고 들었다”며 “목사 부부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신도가 인천공항에 데리러 간 것도 비슷한 경우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목사부부의 거짓말로 C 씨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결국 C 씨의 아내와 장모인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여성 2명, 그리고 러시아 국적의 지인 1명 등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게다가 C 씨의 아내와 장모, 지인은 지난 11월 28일 A 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거기서 집단감염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예배에 참석했던 서울 소재 대학교 유학생 3명과 충북 거주 70대 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2월 8일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이날까지 집계된 오미크론 확진자는 38명, 의심자는 18명이라고 밝혔다. 모두 56명으로 이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는 34명(60.7%), 1차만 접종한 경우는 2명(3.6%)이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20명(35.7%)에 불과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등록·미등록) 인구 196만여 명 대비 접종률은 1차 79.9%, 2차 75.9%다. 국내 전체 접종률(1차 83.1%, 2차 80.5%)보다는 다소 낮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미등록 외국인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미등록 외국인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오미크론 감염자와 의심자의 60.7%가 백신 미접종자로 드러났다.
이처럼 국내 체류 외국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돼 감염자 폭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한 집에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대부분 집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 감염병 확산에 더욱 취약한 환경이다.
이런 분위기는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로 이어지고 있다. 함박마을에는 약 7500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며 5km 정도 떨어진 A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은 12월 4일부터 함박마을에 임시선별진료소를 마련했는데 4~5일 이틀 동안 함박마을 주민 1000여 명이 검사를 받아 6일 기준 10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인근 초등학교 두 곳이 전면등교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