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손준성 ‘50억클럽’ 곽상도 등 영장 줄기각 굴욕…공수처 ‘아마추어’ 검찰 ‘부실수사’ 비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사실 법조계에서는 영장청구 때부터 ‘무리수’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범죄 혐의의 중대성 및 입증 정도와 증거인멸 시도나 도주의 우려라는 두 가지 큰 구속사유가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공수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수사팀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고, 아들의 50억 원의 퇴직금을 뇌물로 보고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영장청구가 밖에 보여주려는 쇼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 1·2호 영장 청구 모두 기각
출범한 지 11개월 동안 기소한 사건이 하나도 없는 공수처를 두고 존재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 한 건을 마무리 했지만, 이는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이라 검찰로 넘어갔다.
공수처의 첫 번째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 모두 기각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첫 영장청구 때 고발 사주를 받았다는 대상자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성명불상자’로 명시했던 공수처는 두 번째에는 이를 특정하면서도 재판부에 “우리는 아마추어”라는 말로 수사능력 부재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저나 공수처장은 판사 출신으로 수사 경력이 없다. 아마추어다”라며 “수사 베테랑인 손준성 검사가 (잘 대응해서) 수사가 어렵다”고 발언한 것.
그러면서도 윤석열 후보가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최종 지휘권자였음을 강조했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통이 아니라,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손준성 검사에 대해 수사 베테랑이라고 호칭한 점은 물론, 제대로 입증조차 못한 상황에서 윤석열 전 총장까지 거론한 것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저런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마추어 논란’ 속에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두 번째 구속영장 역시 범죄 혐의 소명 부족으로 기각 결정했다.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는데, 이 말은 공수처의 수사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1~2호 영장 모두 기각돼 부족한 역량만 스스로 인정하는 자충수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손 검사를 핵심인물로 보고 수사를 집중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 씨 사이 텔레그램 대화 내용만 알려졌을 뿐 ‘사주를 받고 움직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김웅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확보한 자료를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더라도 ‘정치적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기소를 할 때에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수사 관점인데, 공수처가 정말 제대로 증명했는지 모르겠다”며 “실제 법원에 가서도 무죄가 나온다면 공수처 무용론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1호 사건으로 검찰에 넘긴 조희연 교육감 사건이 있지만, 검사에 대한 기소는 관련 법상 공수처가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손 검사에 대해 기소가 이뤄질 경우 공수처 출범 후 1호 기소가 될 예정이다. 다만 법원에서조차 공수처가 손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검찰총장으로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관여 여부는 더욱 밝혀내기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현재 공수처가 입건한 23건 가운데 4건이 윤석열 후보 사건으로,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시비도 피하기 힘들다. 윤석열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했는데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수사처’ ‘민주당 청부수사처’라고 비판하고 있다.
#“범죄 성립 여부·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수사팀 역시 축소·부실 수사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에서 성남시 등 윗선으로의 수사 전개 대신, 50억 클럽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선택했지만 첫 구속영장부터 기각돼 버렸다.
12월 1일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며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앞서 손준성 검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며 밝힌 사유와 동일한데, 구속의 필요성은 물론 알선수재 범죄의 성립 여부조차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사실 검찰 수사는 빈틈이 상당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1~3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도록 도와줬고, 그 대가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한 증거로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곽 전 의원이 2018년 9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만배 씨를 만났고, 곽 전 의원이 김 씨에게 사업을 도와준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곽 전 의원이 당시 국정감사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개인 블로그 사진으로 맞서면서 진실 공방이 오갔다.
특히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 관계자 중 누구를 만나, 어떤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특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과 성균관대 동문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의혹 대상자로 보면서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곽 전 의원을 단 한 차례 소환조사 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