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인터넷강의 수강도 힘들어…학원 인프라 적은 곳에서도 쓸 데 없어
이에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는 4월부터 예산 868억 원을 ‘미취업청년 긴급 취업장려금’ 명목으로 투입했다. 최종학력 졸업 후 2년 이내, 만19~34세, 미취업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청년에게 50만 원을 1회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지급 방식 등을 놓고 불만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취준’엔 사용 못하는 취업장려금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를 통해 사용 가능한 ‘지역사랑상품권’ 50만 원어치를 취업장려금으로 지급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발행 지역 소재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북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은 이곳에 위치한 취업 관련 학원만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취준(취업준비)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에 살지 않으면 취업장려금이 무용지물이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취업준비에 제약이 많다는 것도 지역사랑상품권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학원 강의 수강료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는 지불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액 10억 원을 초과하는 학원에서 상품권을 쓸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인강(인터넷 강의)’ 수강도 불가다.
그렇다고 10억 원 미만의 소형 학원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요신문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을 찾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Z-MAP’으로 수강 가능한 토익 학원을 찾아봤지만 실패했다. 도봉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정 아무개 씨(25)는 “취업 준비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지만 대부분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이 아니어서 음식점에만 사용했다”며 “스터디카페마저도 가맹점인 곳이 적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서울시 지역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다.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은 업주가 자발적으로 제로페이 가맹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하더라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가능한 가맹 상품권이 분류된다. 따라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려면 업주가 제로페이 가맹점을 신청한 후, 지역사랑상품권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등록돼야 한다.
이처럼 쓰임새가 국한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 것에 대해 서울시 담당자는 “시·자치구 협력 위기극복 재난지원금 사업 일부라 취업 장려보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의 성격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서울시는 각 구청에 ‘가이드라인’만 제공했을 뿐, (각 구청이)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집행한 각 자치구 담당자들은 “서울시에서 제공한 가이드라인대로만 사업을 진행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사랑상품권도 그 일환”이라는 얘기로 뒤를 이었다. 각 자치구가 지역사랑상품권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취업장려금 사업이 포함된 서울시의 소상공인·취약계층·피해업종 지원 사업은 시작부터 잡음이 있었다. 1회 지원수당만으로 과연 취업 장려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었다. 다른 취업 지원 제도는 장기적으로 취업활동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1유형과 2유형을 나누어 각각 촉진수당과 취업활동비용을 6개월간 지원한다. 고용센터에서 취업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청년수당’은 체크카드 형태인 ‘클린카드’를 통해 6개월간 최대 50만 원씩 지급하고,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서울시가 4월 서울시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젊은층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원금을) 미취업청년에게 준다면 앞으로 기존 청년수당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갈 것인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지급 이후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런 고민 없이 지원한다면 선거용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다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