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 지지 확보 차원 해석…“대선 민심에 유리” “함정 빠질 수도” 정치권 엇갈린 의견
정치권이 페미니즘 논쟁으로 어수선한 모습이다. 발단은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글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저격하면서다. 장 의원은 11월 20일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느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라”고 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11월 21일 ‘고유정 사건’을 언급하며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gender-neutral’(성 중립적)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것을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한다”고 장 의원을 겨냥했다. 장 의원은 11월 22일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관점이 없고 안티페미 선동에만 관심이 있으니 본질을 포착 못한다”고 다시 맞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여경 무용론’으로 논쟁의 대상을 넓혔다. 이 대표는 11월 22일 “치안활동 시 제압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체력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등을 기반으로 자격조건을 둘 게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 재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여경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인천·양평의 흉기 난동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가에선 이 대표가 ‘안티 페미니즘’을 기치로 2030 남성 표심을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2030 남성들을 끌어 모으자는 전략이다. 내년 대선까지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 예민한 젠더 이슈는 덮어두자는 분위기”라며 내부 상황을 전했다.
2030 남성들은 4·7 재보궐 선거, 6·11 전당대회, 당 경선 과정 등에서 보수 야당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떠올랐다. 특히 6·11 전당대회에서 온라인 남성 중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이준석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남녀 할당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젠더 이슈에 민감한 이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행보 역시 이러한 당 기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윤 후보는 여성할당제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윤 후보의 2030 여성 지지율은 대선 후보 중에 제일 낮다”면서 “지금으로서는 2030 남성 민심을 얻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1월 2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32%),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23%), 윤석열 후보(10%) 순서로 호감을 표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페미 공방’이 내년 대선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는 지금까지 2030 남성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토론을 많이 해왔다. 이 대표의 일관된 행보고, 신념이다. 2030 남성들은 상당 부분 국민의힘 쪽으로 방향으로 돌릴 것 같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반드시 민주당을 뽑을 것 같진 않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표심과 비슷하게 가지 않겠나. 대선 민심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가)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1인 잡지 ‘더 인물과 사상’에서 “이준석이 계속 지금과 같은 ‘반(反) 페미’ 자세를 밀어붙여 국민의힘을 그 함정으로 몰고 가면, 국민의힘을 죽이는 데에 기여할 게 분명하다”고 저격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월 21일 “국민의힘 이준석 리스크 현실화”라며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 놓은 듯. 국힘(국민의힘) 대선은 얘가 다 말아먹을 것 같은 예감”이라고 전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안티페미 전략을 통해 2030 남성들의 표를 얻으려는 전략을 쓰려고 한다. 당내 정치적인 측면도 보인다. 윤 후보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2030 남성들의 지지를 갖고 있다고 상징되는 이 대표가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안티페미 이슈를 꺼내는 것이다. 2030 여성들에게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안티페미를 원하는 2030 남성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2030 여성들이 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