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 사고로 여친 숨지게 한 30대 남성 집행유예

재판부 살인 혐의 무죄 판단, 음주운전 혐의만 인정

[일요신문] 제주에서 렌터카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초 쟁점이 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제주 오픈카 음주운전 사고로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34세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렌터카 오픈카를 몰다 시속 114km로 과속해 도로 한편에 있던 연석과 경운기 등을 차례로 들이받았다. A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18%였다.

이 사고로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조수석에 탄 A 씨의 여자친구 B 씨가 튕겨나가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가 이듬해인 2020년 8월 사망했다.

경찰은 살인 의도는 없었다며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A 씨에게 블랙박스 녹음 파일 내용 등을 바탕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블랙박스 파일에서 A 씨가 사고 직전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B 씨에게 ‘안전밸트 안 맸네?’라고 했고 이후 차 속도를 올려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살인죄도 간접 증거만으로 유무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범행 동기와 방법, 범행에 이르는 과정 등 여러 간접 증거가 충분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