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참혹한 범행이지만, 잘못 뉘우치는 점 고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유석철)는 22일 사체은닉, 아동학대살해,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부 양 아무개 씨(29) 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20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20년이 명령됐다.
친모 정 아무개 씨(26)는 시체 유기를 도운 혐의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양육하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무차별 폭행해 사망케 한 범행은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참혹하다피고인의 범행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 사회 전체에 대한 예방적 효과 등을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며 “범행 후에도 평소처럼 지인들을 만나 유흥을 즐겼으며,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도주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양 씨가)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 “(검찰 구형처럼) 생명을 박탈하는 게 정당화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검찰의 성 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 청구에 대해서는 ‘성도착증’이라고 볼 만큼 치료명령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기각했다.
이어 정 씨에 대해서는 “양 씨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며 대처능력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범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양 씨는 2021년 6월 15일 새벽 술에 취한 채 정 씨의 딸이 잠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로 덮은 뒤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후 정 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숨겨둔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양 씨는 살해 전 피해 아이를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이후 보름 뒤인 7월 초 아동학대를 의심한 정 씨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자 양 씨는 맨발로 달아났고, 이후 4일 만에 대전 동구 중동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