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3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 706회는 성탄기획으로 천주교 사제 서품식 72시간을 담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청춘들이 있다. 성사를 집행하고 미사를 드리는 성직자 사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예비 신학교를 거쳐 학부와 대학원까지 약 10여 년의 시간이 걸린다. 일생을 바칠 결심과 각오를 갖춰야 얻을 수 있는 자격 사제. 한 명의 사제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예식인 '사제 서품식'. 사제 서품은 주교로부터 성직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정식 신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제로서 첫발을 내딛게 될 후보자들을 위해 후배 신학생들과 성소국 신부들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서품식 행사를 준비한다.
신학대 학부 4학년 정영훈 시몬(23)은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서품식 미사라서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같은 길을 가는 동생들로서 예의인 것 같아서 다 같이 힘내서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후보자들은 마지막 관문을 지나고 있다. 8박 9일 동안 침묵을 지키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피정 기간을 갖는 것이다. 세상을 위해 세상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젊은 예비 사제들. 이들은 어떤 소리를 듣고 있을까. 고요 속에서 기도와 묵상으로 사제가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밟는다.
서품식 전날 피정을 마친 후보자들이 리허설을 위해 성당을 찾았다. 새롭게 태어날 사제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내일 있을 예식을 최종 점검하는 시간. 성가 합창부터 제구와 제의 준비까지 모든 과정은 후배 신학생들의 손길을 거친다. 후배들은 예식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게 될 길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서품을 하루 앞둔 후보자들은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설렘으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수많은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으며 완성해 가는 사제의 삶. 후보자들은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도 사제의 길을 걷겠노라 다짐하며 다가올 내일을 고대한다.
오늘을 위해 달려온 지난 10년. 수많은 사람이 새 사제의 탄생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 어쩌면 당사자보다 오늘을 더욱 손꼽아 기다렸을 가족들. 부모들은 사제가 될 아들을 축복하기 위해 가슴에 꽃을 달았다.
부모님과 본당 신부님, 형제 신학생들 앞에서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다짐을 되새기며 사제로 다시 태어난다. 사제로서 직분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십자가 앞에 맹세하며 신의 손에 남은 일생을 맡긴다.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남김없이 자신을 바치겠다는 마음을 담아 엎드린다.
가장 낮은 곳으로 걸어가는 열네 명의 빛나는 청춘들. 그들을 통해 잊고 있던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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