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 아닌 정치계 성폭력 피해자 바라보는 절박함 때문…이준석 패싱? 들어오기 전 ‘재밌겠다’고 했다더라”
12월 22일 일요신문과 만난 신지예 부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방안을 고민했고, 윤석열 후보가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권교체를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려고 한다”며 “제가 돌아갈 곳도 사실 없다”고 밝혔다. 본인의 영입을 두고 ‘이준석 패싱론’이 일었던 것을 두고는 “이 대표도 영입 사실을 듣고 ‘재밌겠다’고 말씀했다”며 부인했다. 다음은 신지예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국민의힘에 합류하게 됐나.
“김한길 위원장이 제안했다. 다양성이 세상을 살릴 것이라고 하셨다. 젊은 청년 여성들의 정치 소외 문제도 짚으셨다. 새시대위는 민주당이 재집권해서는 안 된다는 중도진보 영역 사람들이 모인 외곽조직이라 합류했다. 이후 윤석열 후보에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도 직접 받았다.”
―윤석열 후보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 몇 년간 정치계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피해자였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피해자들이 있다. 이재명 캠프 안에는 박 전 시장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면 피해자들이 이 땅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이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한다는 정의를 보여줄 때가 됐다. 현실적인 방안 중 정권교체가 가능한 방안을 고민했고, 그게 윤 후보였다.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결정이다.”
―윤 후보를 두고 ‘조폭’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덩치와 걸음걸이를 보고 편견을 갖고 한 말이고, 윤 후보에게 사과했다. 윤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매우 잘 알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 있을 때 국민의힘을 수차례 비판했었다.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당적이 있다고 해도 속한 당을 비판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국민의힘 여성 정책에도 반대하지 않았나.
“(국민의힘과)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여성 폭력 방지와 여성 안전을 지키는 것이 보수의 가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내가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힘을 싣는 게 맞다.”
―새시대위에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표를 끌어오는 역할은 아니다. 제가 영입됐다고 해서 갑자기 페미니스트 정책이 모두 되겠나. 그럼에도 여성 정책을 논의할 때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젠더 기울기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국민의힘에는 중도진보 쪽 이야기가 안 담긴 부분이 있다. 진보와 중도가 함께하는 건설적인 창을 만들겠다.”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있을 텐데.
“역할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걸 우려하진 않는다. 국민의힘에 들어간다면 치열한 논쟁을 벌이겠지만, 전 입당한 것이 아니라 외곽조직에 몸담고 있다. 제가 얘기하는 게 그대로 100%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종 결정권자는 항상 후보에게 있다. 최선을 다해 더 좋은 방향대로 갈 수 있도록 제 의견을 말하겠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비판이 적지 않다.
“당연하다. 제 정치를 생각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됐다. 저한테는 여기 오지 않더라도 안전한 길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기여한다면 그건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잃지 않는 최선의 길이었다. 앞으로 정치를 못할 수 있다.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왔다.”
―변절자라는 평까지 나온다.
“저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제가 변절한 것 아니냐고 그러더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점은 너무 죄송스럽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진심과 목표가 있었다. 정치계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녹색당의 오스틴 배쇼어 대변인이 ‘기회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위성정당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당이 위선자다. 기회가 있을 때 모든 걸 다 벗어던지고, 배지를 달기 위해 갔던 게 녹색당이다. 그게 오히려 기회주의자다. 민주당 비례의석도 제안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지금 민주당이 득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보의 가치를 배신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입 이후 국민의힘 20대 남성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는데.
“제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거면 (20대 남성 당원들이) 탈당하는 게 옳을 수 있다. 하지만 전 입당한 게 아니다. 페미니스트를 대표하는 정치를 했지만, 제 뜻대로 당의 가치를 가르치거나 바꾸고 싶은 게 아니다.”
―(입당이 아니라고 해도) 영입됐다는 상징성이 크다.
“99%가 다르더라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1%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은 좌우 진영의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진영과 반경을 넓혀야 한다. 어떻게 외연을 확장시킬 것인지가 과제라고 본다.”
―윤 후보가 이대녀(20대 여성)도 놓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앞으로 제가 잘해야 한다. 우리가 잘 봐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이냐다. 대선 이후를 봤었을 때 한국을 후퇴시킬 선택이 뭐냐. 전 여성과 남성이 같은 편이라 생각한다. 특히 2030은 똑같은 청년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서울시당 부대변인이 “몇 번 쓰다 버리면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정치인이 잘 쓰이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쓰이고 버려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왔다. 제일 중요한 건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영입 과정에서 선대위가 이준석 대표를 ‘패싱’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 대표랑 자주 충돌했지만 껄끄럽거나 안 좋은 사이는 아니다. 오히려 건설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상대다. 이 대표가 패싱당한 것도 아니다. 들어오기 전에 미리 김한길 위원장이 논의했고, 이 대표가 웃으면서 ‘재밌겠다’고 말씀했다더라.”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부상은 여성의 눈물을 먹고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정치인들의 말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대표가 n번방 방지법을 두고 한 말이 성급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준석 대표는 신 부위원장에게 “강성 페미니즘 주장을 계속하면 비판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 대표가 (제가) 생물학적 여성에 근거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좋다’는 말씀이라 생각했다.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건진 몰라도(웃음). 제가 강성 페미니스트가 아니니깐. 그런 거만 아니면 좋다는 말이구나….”
―2022년 대선 승패가 갈린다면 신 부위원장 길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 보나.
“정권교체를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려고 한다. 그 마음을 갖고 왔다. 제가 돌아갈 곳도 사실 없다. 이미 저는 진보라고 불렸던 민주당을 완전히 부인하면서 나왔다. 다시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자리를 받을 거란 말도 있는데.
“제가 당 안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자리)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저는 제3지대에 있었던 사람이고 가치와 비전이 따로 있다.”
―어떤 가치 말하나.
“20년 전 한강의 기적 당시 국민들은 경제 부흥의 희망을 품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등의 기적이라 생각이다. 소득이나 자산의 평등이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평등,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나라. 우리에게 눈부신 평등의 시대. 그게 제가 지향하고 있는 정치적 가치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