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 전폭 지원 속 ‘중도 확장’ 주력…신지예 등 인재 영입 놓고 당내 갈등 폭발
약자와의동행위원회와 내일을생각하는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윤 후보 본인이 직접 맡았다. 공정과 청년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방향키를 윤 후보가 직접 잡은 모양새가 됐다. 새시대준비위원회(새준위)는 중도 확장이라는 키워드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창설된 조직이다. 새준위 운전대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잡았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새준위는 보수 진영과 그 결을 달리했던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국민통합 최전선에 서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새준위가 영입한 인사 면면만 봐도 중도 확장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새준위 수석부위원장은 12월 20일 영입된 여성운동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다. 신지예 대표 영입은 국민의힘 선대위 갈등 도화선에 불을 지핀 요소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보수 진영 내부에선 파격 인사라는 평을 듣고 있다. 새준위 기획본부장은 ‘친박 성향 김한길계’로 꼽히는 최명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미래선착본부장을 맡았다. 12월 7일 국민의힘에 전격 합류한 호남 지역구 현역인 이용호 의원은 대외협력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광주 광산갑에서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국민의당 소속으로 4선을 지냈던 김동철 전 의원은 지역화합본부장이다. ‘최태원 경제 교사’로 이름을 알린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공약지원본부장 직을 맡았다. 진상배달본부장엔 김도환 스타트업 대표, 깐부찾기본부장엔 송준호 스타트업 대표가 임명됐다.
지금까지 꾸려진 새준위 진용을 살펴보면 중도·진보 진영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주로 포진했다.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은 페미니스트 여성운동가로 윤석열 선대위에 깜짝 합류했다. 김한길 위원장과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호남 기반 전·현직 의원들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와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는 학자 출신으로 새준위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호남·경제 등 키워드를 바탕으로 중도 확장성을 지니겠다는 의지가 조직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새준위는 중앙선대위 산하 위원회 중 핵심이라 불리는 인재영입위원회와도 접점이 있다. 살리는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인 김영환 전 의원 또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거쳐 보수 진영에 합류한 인사인 까닭이다. 인재영입위원장 선임은 보수 진영 바깥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새준위 중도 확장 메시지를 실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월 12일 새준위는 현판식 행사를 거쳐 공식 출범했다. 이날 김한길 위원장은 “정권교체는 시대정신”이라면서 “윤석열 후보의 정권교체를 제대로 준비하겠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새준위는 촘촘히 해낼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와는 거의 차별화돼야 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새준위 향후 역할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도 실사구시 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면서 “새준위가 바로 그 뉴 프런티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아직 당에 직접 참여하기 부담스러운 분들을 모두 담고 국민 수요와 바람을 다 반영해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오직 국민만을 위한 정부가 탄생하도록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을 영입한 뒤 새준위 행보엔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중앙선대위를 비롯한 기존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잡탕밥 논란’이 불거진 까닭이다. 경선주자 중 한 명이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신 부위원장 영입 관련 “정권 교체에 뜻이 같다고 무작정 영입하면 핵심 지지세력이 노선에 혼란을 느끼고 이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맛있는 비빔밥 판다고 손님을 모아놓고 잡탕밥을 들이밀고 먹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강매이자 사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당직자는 “김한길 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새준위는 사실상 중도·진보 진영 인사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는데, 윤 후보가 새준위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기존 ‘집토끼’들이 불만을 품게 된 양상”이라면서 “새준위가 현재 살리는 선대위 내부 실세 조직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실세라기보다는 정치 영토 확장 본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중도 확장에 앞서서 내부 지지층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새준위 실세론’ 등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시기를 앞당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새준위가 창설된 목적은 중도 확장과 더불어 국민통합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준위는 되레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각종 논란의 시발점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준위가 국민의힘 전반에 걸쳐 중도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다만 국민의힘 선대위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면, 새준위의 중도 확장을 위한 노력 자체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살리는 선대위 공보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함경우 국민의힘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은 새준위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관련해 “대선에선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영입한다면 모르겠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도 선대위가 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함 위원장은 “여성과 호남 등 기존 국민의힘에서 약점을 지녔던 파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어느 때보다 중도 확장의 필요성이 높아진 이번 대선에서 중도·진보 진영 외부인사가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중간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새시대준비위원회”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