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절대 부족 민간앱에 크게 밀려…지역 밀착 경기 ‘배달특급’ 우수사례, 최소 이용자 확보 관건
지방자치단체들이 2020년부터 경쟁적으로 공공배달앱을 내놓고 있다. 공공부문이 앱 운영 주체로 나서 음식값의 6.8~15%에 달하는 배달앱 수수료를 0~2%로 낮추고, 자영업자가 배달앱에 부담하는 광고비 등을 최소화해 소상공인이 느끼는 어려움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2021년 12월 13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각급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은 20개다. 경기도 배달특급, 충청북도 먹깨비, 대구시 대구로 등이다.
표면적으로 공공배달앱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배달앱 수수료가 적거나 아예 없으니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하는 배달 비용이 줄어든다. 자영업자는 광고비 부담을 덜고, 소비자는 지역 화폐와 연계해 음식을 값싸게 먹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공배달앱은 배달앱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대다수 공공배달앱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수시 씽씽여수, 경주시 달달은 일평균 이용자 수가 각각 20명, 80명에 그쳤다. 강원도 일단시켜, 대전시 부르심·휘파람은 일평균 이용자가 1000명을 넘지 못했고, 충북 먹깨비는 1000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2021년 8월 한 달 동안 음식점·B마트에서 총 배달 접수 건수가 1억 건이 넘었다.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320만 건이 넘는다.
공공배달앱은 선순환 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에 이용자가 몰리면 공급자가 늘어나고, 늘어난 공급자는 다시 이용자 증가를 이끈다. ‘네트워크 효과’다. 공공배달앱에 가맹점과 소비자가 충분하지 않아 선순환을 일으키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사용자가 많을 시 활성화되는 음식점 후기 공유, 정확한 별점 시스템 구축 등에서도 공공배달앱이 밀린다는 분석이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 씨는 “나 또한 배달 수수료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이지만, 배달특급 가맹점 숫자가 많지 않아 내가 먹을 음식을 주문할 땐 배달의민족을 사용한다”고 했다. 의정부역 앞에서 만난 B 씨는 “가맹점이 많지 않고 음식 후기도 민간배달앱보다 적어 사용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에서 공공배달앱 먹깨비를 사용하는 이상현 씨는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화폐가 연계되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이용한다”면서도 “가맹점 숫자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예컨대 먹깨비에 입점해 있는 옥천 떡볶이 가게는 3개인데, 배달의민족엔 업체 10개 정도가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공공배달앱이 사용자와 가맹점을 끌어들여 선순환을 촉발하려면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개입해 운영하는 형식이라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광고선전비에만 490억 원을 지출했다.
반면 배달특급을 지원하는 경기도 디지털 SOC 구축 사업의 2021년 총예산은 137억 원이었고, 2022년 예산으론 80억 원이 잡혀있다. 충북은 2021년 2억 5000만 원을 먹깨비 활성화 사업에 투입했고, 대구시는 2021년 대구로에 12억 원을 편성했다. 민간과 공공의 기본적인 예산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지방의 한 공공배달앱 관계자는 “민간보다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적어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차원에서 가맹점 확보, 홍보 행사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전국 단위로 운영하는 민간보다 공공은 지역이라는 작은 단위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그 점을 고려해도 사실 예산 측면에서 처음부터 싸움이 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다만 각 지자체 공공배달앱을 묶어서 공동 브랜드, 공동 마케팅, 공동 광고 등을 광범위하게 실시하면 공적인 영역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배달앱이 민간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자체는 ‘지역 밀착’이란 틈새를 공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사업을 벌이거나 지역 특산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공공배달앱도 있다. 경기도 배달특급이다. 배달특급은 연천군 군부대, 이천시 SK하이닉스, 용인시 맘카페 등과 연계해 쿠폰 이벤트를 진행했고, 경기도 내 타 시·군에서도 ‘100원딜’ 등 지역 특산품 및 관광 상품과 연계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배달특급은 지역 밀착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2020년 12월 1일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가맹점 4만 5000개 및 가입자 60만 명을 확보했다. 누적 주문은 400만 건에 근접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1월 배달특급 앱 월 순방문자수(MAU)는 21만 명이었는데, 우상향 곡선을 그려 11월엔 50만 명을 기록했다. 여전히 배달의민족 등 민간배달앱과 격차가 크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라는 평가다.
배달특급 관계자는 “공공배달앱이 민간배달앱보다 확실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게 지역 밀착 사업”이라면서 “지역 사업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이 앱에 대한 효능감을 느껴 앱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하고, 더 많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 서비스산업 전문가는 “가입자 확보라는 전략은 같아도 민간과 공공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다르다”며 “공공만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게 무엇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경기도 배달특급에서 하는) 지역 특산품 및 관광단지를 활용한 프로모션은 민간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배달앱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선순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이용자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적 자금으로 지금 같은 규모의 운영비 지원을 이어가고, 지역 연계 할인 이벤트를 지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가맹점이 증가하고, 가맹점이 늘어나면 이용자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최소 지점에 다가가야 투입되는 세금이 줄어도 공공배달앱이 자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 레볼루션’의 저자 마셜 밴 앨스타인 보스턴대학교 교수는 일요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공공이 민간만큼 혁신적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배달앱 등 플랫폼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공적 자금이 (기존 앱에서) 사업체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투입되는 세금을 단계적으로 줄여도 (공공배달앱) 사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배달앱의 시장 안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 정도 사이즈까지 공공배달앱이 성장한다면 투입되는 세금이 적어도 스스로 굴러갈 수 있다. (선순환에 올라탄) 플랫폼엔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쿠팡이츠 앱 순방문자수는 650만 명, 배달특급 앱 순방문자수는 50만 명이다.
김용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