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중단’ 청와대국민청원 35만 명 동의…방통위 민원 800여 건까지 기록
26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월 25일 방송된 '설강화' 4화는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 1.68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날 3화가 기록한 1.853%보다 0.164%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면서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지난 12월 18일부터 방영한 '설강화'는 1화 시청률 2.985%로 시작해 2화에서 3.898%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 2화 만에 1980년대 민주화운동 폄훼와 안기부 미화 등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져 대중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단시간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자, JTBC와 '설강화' 측은 3~5화를 연속 편성해 시청자들의 오해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스토리 상의 '반전'을 알게 된다면 시청자들의 오해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새로 공개한 3~4화에서도 논란을 해결할 만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러는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은 26일 오후 기준으로 35만 명이 동의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이 빗발쳤다. '설강화 방영 중지'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재 추천(동의)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집계한 2021년 방송 관련 민원 가운데 '설강화'에 대한 민원도 드라마 분야 중 SBS '조선구마사'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인 86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2월 18일 첫 방송 이후 21일까지 단 사흘 만에 789건이 몰려 접수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설강화'는 이 같은 시청자들의 지적에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러나 시청률의 반등은 요원해 보인다. 대중들이 지적한 논란 소재가 실제로 반전을 맞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작품이 재평가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주연을 맡은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연기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도 그의 팬덤을 제외한다면 이 작품에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가수로서도 다소 독특한 발성을 가진 지수는 연기하는 내내 대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감정 연기도 심하게 어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로맨스 장르의 경우 특히 남녀주인공의 연기와 케미에 시청자들의 유입이 결정되는 만큼 지수의 연기 실력은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설강화' 현장 스태프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설강화'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더 큰 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당 네티즌은 "'설강화'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그런 소중한 가치(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두기 시작하는 거다. 피로 얻은 우리 권리를 어리석게 반납하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설강화'는 반드시 끝까지 방영돼야 한다. 그래도 방영 자체가 정말 싫다면 다른 채널 드라마 보기 운동을 추천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운동권 대학생들이 언급하지도 못하는 성역이에요? '설강화'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을 전혀 비하하지 않지만, 반대로 비하하면 안 됩니까? 우리가 군인들의 일탈은 허용이 돼도 운동권 학생들의 이면 그런 거는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입니까? 심지어 상상으로도?"라며 과격한 발언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받자 해당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