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게임서 아바타에 성행위 등 요구…법적 보호 어려워,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이는 여성가족부가 2021년 9월 개최한 ‘신종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아동·청소년 성보호 방안 논의’에 소개된 성 관련 피해 사례 가운데 하나다. 온라인 공간의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실제 사회‧경제 활동을 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가상현실 속 활동에 대한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을 일상생활처럼 활용하는 10대들의 경우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매우 많았다. 심지어 메타버스에서 만나 채팅을 이어가다 카카오톡 등 좀 더 사적인 메신저로 옮겨 신체 사진이나 음란한 대화를 요구받는 사례도 있었다.
정희진 (사)탁틴내일 팀장은 “최근 자녀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부모의 대처 방안이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상담 문의가 더러 있었다”며 “메타버스는 아동·청소년의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될 수 있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문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교묘한 폭력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바타 간 성행위는 실제 사람 간 성행위가 아니기에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운영사나 가해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엔 처벌이 더욱 어렵다.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인 로블록스의 본사도 미국에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웹상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성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한국에 있더라도 서비스사나 가해자는 외국에 있을 수 있다”며 “신종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가 다양해지는 만큼 현행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운영사의 자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텔레그램, 다크웹을 통한 아동·청소년 성착취처럼 메타버스도 얼마든지 신종 성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며 “사업운영자가 아동 성착취나 그루밍 등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신고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이용약관(2021년 12월 17일 14시 24분 업데이트)에 따르면 이용자는 수신을 원치 않는 대상에게 메시지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전송하면 안 된다. ‘음란물’ ‘노출사진 및 미성년자와 관련된 선정적이 내용의 콘텐츠’ 역시 주고받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가 이런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운영사는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같은 이용약관의 면책 조항에서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으며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를 유인·권유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1년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