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하면 중증화율 줄어도 위중증환자 수 늘어…방역당국 “오미크론, 델타보다 덜 위험하지 않아”
그런데 여기까지는 델타 변이에 대한 대응책에 불과하다. 곧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아낸 지금의 방역대책으로 오미크론도 막아낼 수 있느냐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 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이제 더 쉽게 전염될 수 있지만 증상은 그리 심하지 않은 감기 정도의 토착병이 돼 가는 과정인 만큼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불리기도 했다. 델타 변이 시절에 실패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오미크론 시대에는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하나 남는 문제는 어마어마한 전파 속도를 버텨낼 수 있느냐다.
이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해외 국가들의 신규 확진자 증가 추세는 엄청나다.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비교적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서구권 국가들에서도 확진자 폭증이 확인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1년 12월 1일과 2022년 1월 2일 사이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 동안 영국은 4.45배, 미국은 4.68배, 프랑스는 4.69배, 이탈리아는 5.75배가 증가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같은 기간 동안 1.07배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7000명대까지 치솟았던 신규 확진자 수가 방역대응 비상조치로 최근 크게 감소한 데다 아직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우리 역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해외 사례처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5배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 시점이 임박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월 중 또는 늦으면 2월 중에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 변이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평일 기준 현재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5000명대로 보면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하루 2만 명대에서 2만 5000명대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치솟을 수 있다. 물론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그만큼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화율과 치명률도 낮아지는 장점도 있다. 그렇지만 당면한 과제는 대한민국 방역당국와 의료체계가 하루 2만 명대 신규확진자를 감당해낼 수 있느냐다.
방역당국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월 3일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덜 위험하다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코로나19 피해는 감염 규모 곱하기 중증화율과 치명률 총 합산 규모로 평가한다. 오미크론의 위중증률이 50% 낮아져도 감염 규모가 2배가 되면 실질 피해는 똑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이 델타 대비 전파 속도는 2~3배 빠르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30~50%가량 낮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앞서의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사례처럼 감염 규모가 2~3배가 아닌 4~5배가 될 경우인데 이렇게 될 경우 오미크론에 의한 코로나19 피해가 델타에 의한 피해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쉽게 설명해 일일 신규 확진자가 4배 늘면 치명률이 절반으로 떨어질지라도 사망자 수는 2배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중증화율이 크게 감소해도 위중증환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할 당시 방역 당국이 생각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의 마지노선이 1만 명 수준이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경우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미크론으로 인해 자칫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명대가 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1월 3일에는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의 첫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12월 27일 전남대병원에서 사망한 90대와 12월 29일 빛고을 전남대병원에서 사망한 90대 등 2명이 역학조사 결과 오미크론 확진자로 밝혀진 것. 이들은 광주 남구 소재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등 기존 변이에 비해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결코 제로(0)는 아니다. 기저질환자와 고연령층 등 고위험군에서는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에 대한 경계가 더욱 절실하다.
이런 까닭에 방역당국은 부스터샷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그 효과를 두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다. 1월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2일 오후 6시 기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1318명이다. 이 가운데 55명(4.2%)이 부스터샷까지 접종하고도 돌파감염됐다. 662명(50.2%)은 2차 접종까지 마친 기본접종 완료자였다. 결국 전체의 54.6%가 2차 백신 이상을 접종한 이들로 오히려 백신 미접종자(554명·42.0%)보다 12.6%나 더 많았다.
물론 백신을 접종하면 돌파감염이 될지라도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아진다. 오미크론은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편이다. 대신 강한 전파력이라는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은 백신만으로는 제어가 어려워 보인다. 결국 백신 접종에만 의존하는 델타 변이 대응방식이 오미크론에게도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에는 새로운 변이가 또 등장했다. ‘B.1.640.2’라는 새로운 변이는 프랑스 마르세유 IHU 지중해 감염연구센터에서 처음 발견됐다.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처음 생겨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로 건너와 12명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새로운 변이는 46개의 돌연변이와 37개의 유전자 결핍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오미크론보다 전염력이 더 강하고 백신 회피율도 더 높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