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감염력에 비해 증상 경미…WHO·모더나 “과소평가 금물” 경고…백신 2회 효과 낮아 부스터샷 필수
#대체로 경미한 증상
미국 매체 블룸버그통신는 지난 5일(현지시간) 남아공 가우텡 주 츠와니 프리토리아 소재 스티브비코병원 병원 사례를 소개했다. 가우텡 주는 남아공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그만큼 오미크론 감염자도 많다. 오미크론 확산 초기 코로나19 관련 내원 환자 166명 가운데 입원 환자는 42명이다. 대체로 증상이 경미하고 산소 공급기를 통한 산소 치료가 필요한 자는 단 한 명인데 평소 폐에 기저질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은 남아공 국립감염병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주 동안 남아공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평균 병원 체류 기간이 2.8일로 기존 유행 당시의 8일보다 짧다”며 “입원 환자의 사망률도 3%로 과거 20%에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11일에는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감염 사례 7만 8000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오미크론 변이의 입원율이 델타 변이 대비 23%,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 버전 대비 29%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이어졌다. 12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유럽 23개국에서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 766명이 보고됐다”며 “오미크론 감염자들은 주로 증상이 없거나(무증상) 경미하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데이터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대한 결론은 보류했지만 “미국 내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이 기침, 충혈, 피로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확진자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증상은 기침, 발열, 피로, 충혈 등으로 경미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 버전에서 나타난 후각과 미각 둔화, 델타 변이에서 두드러진 콧물 등의 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증상은 밤에 식은땀을 흘리는 것으로 가우텡 주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운벤 필레이 박사는 남아공 보건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감염의 확실한 징후 가운데 하나는 밤에 나타날 수 있는데 밤이 되면 식은땀을 많이 흘린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첫 사망자 등장
반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4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의 어떤 변이에서도 보지 못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 77개국에서 보고됐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마 대부분 국가에서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미크론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가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더라도 (폭증하는) 감염자 수 자체만으로 준비가 덜 된 의료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의 경고다. WHO가 증상이 약해도 감염자 폭증으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음을 경고한 데 반해 모더나는 증상 자체도 약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폴 버튼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CMO)는 14일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에서 “오미크론이 더 가볍고 덜 심각한 (변이) 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미크론 입원환자 가운데 약 15%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8월 델타 변이가 등장했을 당시 입원자 중환자실 비율도 15%로 비슷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돼 델타 변이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몇 달 동안은 두 변이 바이러스가 공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문제는 두 균주에 모두 감염된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으로 이 경우 변이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변형돼 새로운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14일 WHO와 모더나가 오미크론 경계론을 내놓은 데에는 하루 전인 13일 영국에서 오미크론 감염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런던의 한 병원을 방문해 “오미크론 변이가 가벼운 버전의 변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빠르게 확산되는 속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14일 CNN과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약한 증세 이유가 내재적으로 독성이 감소했기 때문인지, 중증을 앓는 것은 막아주는 자연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쪽이든, 오미크론 감염은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차 접종만으로 효과 낮아
여전히 해결 방법은 백신뿐이라는 게 전세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미크론의 경우 백신 효과를 크게 떨어트리는 것으로 드러나 부스터샷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국 매체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하버드대학,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2회, 얀센 백신 1회를 맞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의 혈액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 중화 수준이 전혀 없거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근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들의 혈액은 오미크론 변이에 강력한 중화반응을 보였다. 지난 12일 발표된 이스라엘 연구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스터샷을 접종하면 중화항체가 100배로 증폭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회 완전 접종자에게서 오미크론 변이를 상대하는 충분한 중화항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도 2차례 백신 접종자에게서 오미크론 상대 중화항체가 현저하게 낮게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두 곳 모두 3차 접종, 그러니까 부스터샷은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 역시 “현재의 mRNA 백신 2회 접종이 감염 예방 자체에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오미크론 초기 데이터는 백신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우리 방역 당국 역시 같은 입장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15일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백신 효과에 있어서는 현재까지 나온 외국자료를 보면 3차 접종 이후 감염 및 위중증 예방효과가 기존 변이 바이러스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높게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