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9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 708회는 괴산 멧돼지 특별포획단 72시간을 담는다.
100%에 가까운 치사율, 발병 후 약 10일이면 돼지가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세상에 딱 둘 돼지와 멧돼지만 걸린다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돼지의 떼죽음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멧돼지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선 멧돼지 특별포획단을 만나기 위해 충청북도 괴산군을 찾았다.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주로 발생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 2019년 9월, 국내 최초로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초기에는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만 나타나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022년 현재 충청북도까지 남하했다.
이대로 가면 '양돈의 메카' 충남은 물론 전국 양돈 농가가 위험에 빠진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가 한 마리라도 나온 농장은 살처분을 피할 수 없다. 전염 가능성을 제거하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위험성이 높은 14개 시, 군마다 약 20명의 엽사를 뽑아 멧돼지 특별포획단을 만들었다. 투입된 약 270명의 멧돼지 특별포획단은 포획 트랩을 설치하고 멧돼지의 흔적을 쫓는 등 밤낮없이 노력 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종식되는 그날까지 그들의 사투는 계속된다.
현재 괴산군은 엽견을 사용한 포획이 금지되었다. 엽견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의 혈액 등을 묻힌 채로 다른 멧돼지에 접촉하는 경우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안으로 괴산군에서 시행 중인 방법은 열화상 드론과 포획 트랩을 이용한 포획이다.
멧돼지가 자주 다니는 산에는 합법적 포획 트랩을 설치해둔다. 올무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목에 줄이 걸려 동물들이 고통받던 불법 올무와는 다르다. 트랩이 발에 걸려 비교적 안전하고 트랩에 무언가 걸릴 시 특별포획단의 휴대전화로 감지 알람이 울려 멧돼지가 아닌 경우 빠르게 풀어주기도 용이하다.
밤에는 열화상 드론으로 멧돼지의 경로를 파악한 후 포획팀과 드론팀이 소통하며 멧돼지를 잡는 방식을 이용한다. 엽견을 이용한 포획에 비해 포획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엽견을 다시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달라진 포획 방식과 변화의 시작점에 선 사람들을 만나본다.
종일 산속을 가로지르고 자신보다 훨씬 큰 몸집의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며 신고가 들어오면 한밤중에도 엽총을 들어야 하는 일. 멧돼지 포획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멧돼지포획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멧돼지로부터 피해받는 괴산 주민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잦은 부상과 위험, 가족의 만류에 몇 번이나 총을 내려놓았다는 지광식 씨(49). 그러나 그는 멧돼지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의 부탁에 다시 총을 쥐었다. 사과, 옥수수, 고구마 등 멧돼지가 다녀간 밭은 초토화 된다. 심각한 농작물 피해로 매년 고통받는 이웃들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는 오늘도 엽총을 든다.
집돼지에게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포획의 대상이 된 멧돼지. 멧돼지도 생명인데 포획대상이 된 게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집돼지와 농민들을 위해 멧돼지를 포획할 수밖에 없는 특별포획단원들. 멧돼지가 걸렸으면 좋겠다며 포획 트랩을 설치하지만 막상 멧돼지를 잡은 그들의 표정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의 목숨을 거두는 사람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까. 방역의 최전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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