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16일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최태원 회장(오른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이날 노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며 대기업의 힘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중앙일보>에서 발표한 국내 파워집단 순위에서 정부나 정당이 하위권으로 밀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국내 최고의 파워집단을 초청해 토론회를 벌인 셈이다.
이날 대책회의가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재벌 총수들의 토론 실력이 여과없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물론 말을 잘한다고 최고의 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직관, 결단력, 체계적인 사고 등 CEO의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재벌총수들이 이런 대외행사에 패널로 참석해서 직접 토론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이다. 그룹 총수들 대부분은 비서진의 보좌를 받아 정제된 모습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날 총수들의 발언을 지면이 허락하는 만큼 잘 요약해 생중계한다. 아울러 생생함을 더하기 위해 ‘말투’를 최대한 살렸음을 밝혀둔다.
이건희 회장 (4분45초)
이런 자리는 경제계가, 저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여러분들을 모시고, 와주십사고 모셔야 할 텐데 대통령이 진두지휘하셔 가지고 먼저 불러주시니까 저희들이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이 할 일인데. 고맙습니다.
중소기업 대기업 얘기를, 여러 좋은 얘기 많이 나왔는데, 중소기업 대기업 이렇게 갈라놓고 도와주고 상생하고 그러는 개념이 일본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일본이 제일 잘하고 있고 강하게 하고 있고, 전문가들 얘기 들어보니까, 각 부서에서 나온 책을 모아 놓으면 2톤 트럭을 갖고도 모자랄 정도로 책이 많이 나왔다, 그 정도로 많다는 것입니다.
제 옆에 정 회장도 계시고 저도 있지만 전자업이나 자동차업은 계열화됐습니다. 계열화가 됐다는 의미는 부품이 좋지 않으면 제품이 절대 좋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해서라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안 도와주면 안 되게끔 돼있습니다. 세계일류품을 만든다, 하고 대기업이 그러는 것은, 뒤로 가보면 중소기업이 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기업의 업의 개념에 의해서 자본이 집약돼 있고 기술이 집약돼 있고, 사람도 많은 대기업이 또… 하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희 삼성 반도체는 세계에서도 이름이 나있고 크지만 노키아의 하청업체입니다. 반도체라는 게 노키아의 하청업체입니다.
저희들도 저희들대로 한 달이 아니라 하루를, 값을 쥐어짜면서 연구개발 하지 않으면 노키아에서 사주지 않습니다. 노키아는 또 모토로라하고 저희하고 그 외 여러 전세계에 한 10개 넘는 회사와 경쟁하기 때문에 이것도 값을 깎던가 질을 높이라고 하지 않으면… 이것도 하지 않으면 삼성 반도체도 못 견딜 정도로 프레셔가 셉니다.
이런 여러 가지 엉켜져 있는 대 중소 영세업… 영세업이라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금형 같은 거, 아주 가전제품 같은 것 보면 반드르하게 잘 나와있는 좋게 보이는 물건들, 이 핸드폰 보시면 아주 반짝거리는 거, 각이 잘 선 것 이건 또 금형기술입니다. 이건 영세기업인데도 굉장히 중요한 업이 돼있습니다. 그것은 내버려둬도 대기업에서 답답해서 키워줍니다.
그런 것은 상관 안하셔도 되고… 그래서 여러 가지 중소업 대기업 간의 얘기를 하면 뭐 열 시간을 해도 모자랄 정도지만 이 정도에서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 5월16일 노무현 대통령(오른쪽) 주재로 청와대서 열린 대책회의 전경. 청와대사진기자단 | ||
오늘 이렇게 모처럼 대통령님 모시고 또한 이렇게 중소기업하고 여러 가지 토론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토론 초청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대기업하고 중소기업 협력업체와 어떻게 해서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대통령 모시는 데서 토론하고 기회를 갖는게, 앞으로 사업의 미래를 위해 말씀드리게 되는 것을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는 변화가 여러 가지 진행이 됨에 따라서 국가간, 기업간 협력 없이는 단독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 현대기아자동차만 해도, 모기업에서 또한 협력업체에서도 이중 삼중 사중까지도 하청을 주고 있거든요, 그런 걸 다 포함시켜서 8천7백 개가 됩니다.
그니까 기업과 협력회사나 이런 데서 서로에 윈윈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든 특허나 이런 걸 내는 것은 수직적이지만, 일반적인 종합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한 제품에 자동차에 부품이 2만 개가 소요됩니다. 그니까 협력업체와 같이 동반자로 해서 지금 여러 가지 방향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협력업체들은 능력에 따라서… 그니까 서로 윈윈이 돼야 하거든요. 시너지 효과도 이루고… 그래서 지금 자동차 협력업체도 계시고 내가 말하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 잘 아실 겁니다. 여러 가지 각 상공부나 중소기업 여러 가지 각 기관에서 도와주셔서 잘 되고 있습니다.
구본무 회장 (2분30초)
저희 LG도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협력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금결제, 투자자금 지원, 교육 및 투자활동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예가 있습니다만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특히 중소기업 육성전략은 기술지원과 해외공동진출을 통한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우량기업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생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이런 조치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그런데 사업하는 합작 회사 입장에서는 실적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상생의 파트너십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2003년부터 매년 협력회사들에게 정도경영, 정도를 묻는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서베이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으면 궁극적으로는 엘지가 협력회사들이 가장 믿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태원 회장 (5분)
먼저 존경하는 대통령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먼저 이렇게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희 SK는 창사 이래 중소기업과 상생 성장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앞서 발표하신 분들의 발표를 들으니 더욱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략>
이처럼 협력 중소기업과 상생성장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는 몇가지 상생원칙을 갖고 마련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술적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자라는 것이 저희의 원칙이 되겠습니다. 저가낙찰이 아닌 기술력 위주로 협력사를 선택하는 종합평가제를 도입했습니다. 기술력이 있다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협력사를 선정해서 중소기업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적극적으로 우리정보를 공개하자는 것입니다. 저희가 스탠다드를 먼저 알려줘서 우리의 수급계획과 요구하는 기술 표준을 사전에 알게 됨으로써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셋째는 돈문제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현금결제 및 네트워크론 제도를 정비했고 더욱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렇듯 중소기업과의 상생 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저희는 주로 플랫폼, 즉 저희가 어떤 서비스 기반 단체를 마련하게 되면 그 하부구조를 중소기업과 전부 같이 채워서 총체적으로 고객들에게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 저희의 윈윈 성장의 파트너로 생각해서 나름대로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지 않고 분발해서 더욱더 개선토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