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재정 관리와 백인 중심 폐쇄성…2023년에도 시상식 보이콧 이어질 전망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이미 수년 동안 불투명한 재정 관리와 시상식 운영 의혹 등을 받아왔으며 2021년에는 HFPA 회원들이 값비싼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HFPA 회원 가운데 흑인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너무 폐쇄적이고 백인 중심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결국 2021년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와 홍보 담당자들의 시상식 보이콧 선언이 이어졌고, NBC는 골든글로브 중계방송을 2022년까지 취소했다. 이에 HFPA는 직급을 다양화하고, 선물을 금지하고, 대가성 여행을 제한하는 등 개혁을 시작하고 전체 회원의 13%를 흑인으로 채우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역시 보이콧과 중계방송 취소로 시름했다.
TV 시리즈-드라마 작품상 부문, TV 시리즈-드라마 남우주연상 부문, TV 시리즈-드라마 남우조연상 부문 등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징어 게임’도 보이콧 선언에 동참해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나마 제78회 골든글로브가 엄연한 미국 영화인 ‘미나리’를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비난을 받았던 데 비하면 ‘오징어 게임’을 3개 부문 후보로 선정한 것, 그리고 오영수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긴 것은 엄청난 변화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와 달리 골든글로브는 여전히 그 장벽을 뛰어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주류의 보이콧이 2023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며 NBC 골든글로브 중계방송이 재개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만약 ‘오징어 게임’이 TV 시리즈-드라마 작품상을 받았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해도 2021년 전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드라마는 단연 ‘오징어 게임’이다. 그러나 결국 수상의 영광을 누린 작품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성공으로 매우 부유하고 영향력이 있지만 서로의 관계는 엉망진창인 재벌 가족의 권력 다툼을 그린 HBO 드라마 ‘석세션’에게 돌아갔다.
미국 드라마고, 백인들이 주로 출연하고, 남성 캐릭터가 중심인, 딱 골든글로브 입맛에 맞는 드라마다. 이정재가 후보에 오른 TV 시리즈-드라마 남우주연상 부문의 수상자 역시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이다.
영화 ‘기생충’이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을 당시 수상 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은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오영수의 남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긴 했지만 여전히 골든글로브는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