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 아니라 영화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들의 영화평이나 댓글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일일이 다 읽어볼 수도 없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사람의 입장으로 무수한 평론이나 댓글 등을 읽으면서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기획한 대로, 의도한 대로 수용자들(관객)이 이해했는지를 살피게 된다.
주변에선 되도록 댓글이나 평론을 읽지 말기를 권하는 사람도 많다. 영화를 만들면 내가 만든 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도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내 의도와 달리 영화를 이해하신 분이라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 글을 읽으면 정말 가슴이 아프고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글을 읽으면서 다음에 만들 작품에 참고하기도 하고 그리고 앞으로 같은 문제를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가능하면 다 읽어보려고 한다.
정말 창의적(?)인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도 많다.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이나 문제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당신 영화를 보고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는 줄 처음 느꼈다”라는 댓글이 기억난다. 내가 만든 영화가 얼마나 재미없었으면 당신 영화를 보는 것보다 공부하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댓글을 달았을까 생각하며 혼자 비참(?)한 감정으로 웃은 적도 있다.
또 어떤 분은 “관람료가 아까웠지만 오랜만에 두 시간 푹 숙면을 하고 나와 고마워 숙박요금을 보내줄 테니 계좌번호를 달라”라고 하신 분도 있다. 그 댓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영화가 재미없었으면 이런 말씀을 하실까 하고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론가들이나 블로거, 유튜버들의 평가는 정말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고 엄격하다. 아무래도 영화를 전문으로 보시는 분들인 관계로 영화를 한 장면 한 장면 해부하듯이 분석하고 그리고 제작진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해석하면서 영화를 비평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모든 제작진을 대표하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그러나 가끔 억울할 때도 많다. 비평하는 분들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비평을 하면 그 비평하신 분과 정말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싶은 감정이 든다. 그러나 영화는 제작진이 만들고 극장에 상영되는 순간 수용자들의 몫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의도하고 계획하고 의지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해도 그 의도가 수용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면 그건 수용자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선배들에게 배워왔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극장에 걸리는 순간 영화는 너의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것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10여 년 전 어떤 영화를 제작했다. 그런데 한 평론가가 한마디로 말해서 영화를 완전 분해했다. 업계 용어로 ‘잘끈잘끈 씹었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 평론가의 글을 읽으면서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 아픈 경험을 했다. 그 평론가가 지적한 글이 다 동의가 되지는 않았고 몇몇 부분은 그 평론가의 해석이 너무나 주관적이라 억울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차분히 가슴을 진정하고 그 평론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평론가님의 지적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론가님의 해석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만들 영화에 많은 참고를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희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 평론가가 그 후 방송에 나와 자기가 비평한 영화에 대해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얼마 전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에 한 영화 유튜버가 출연했다. 그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내용이 이미 너무 뻔해서 굳이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을 봤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준을 넘어 너무나 참담한 감정을 느꼈다.
보지도 않은 자가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제작진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비참한 심정까지 들었다. 그 유튜버가 어떤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본 다음에 어떤 비평이나 비난을 한다면, 받아들이진 못하더라도 들을 수 있다. ‘아 저런 해석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지도 않고 그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정말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다 못해 슬퍼지기 시작했다.
음식 비평을 하려면 그 음식을 먹어봐야 하고, 서평을 하려면 그 책을 읽어야 한다. 영화를 평하려면 그 영화를 봐야 한다. 이것이 어려운 원칙 혹은 무리한 주장인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진 것은 아닐까. 부디 유튜버 한 사람의 문제이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가 너무 불쌍하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