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증권사 대박 속 투자자 이익 줄었다는 지적…외국인 거래 추이와 IR 일정 주목해야
#상장 수혜 LG·주관증권사에 집중
LG엔솔 상장으로 가장 큰 현금을 손에 쥐는 곳은 LG그룹이다. LG엔솔은 신주발행으로 10조 원 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2025년까지 국내외 설비확장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재원이다. 당장 10조 원이 들어오지만 지출은 향후 4년에 걸쳐 이뤄진다. 1년만기 국채(1월 18일 현재 수익률 1.448)에만 넣어 놔도 1조 원당 연간 150억 원가량의 이자수익이 가능하다. 자금활용 계획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3년간 이자수익만 2000억 원 이상이다.
LG화학은 2조 5500억 원의 구주매출로 세금을 제외하고도 2조 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쥔다. 물적분할로 LG화학 구주주들이 LG엔솔 상장혜택에서 배제된 것과 대조적이다. 인적분할을 했다면 지배력 약화는 물론 막대한 증자 부담을 안았을 (주)LG도 간접이익을 거뒀다. LG엔솔 상장으로 LG그룹 시가총액은 SK를 제치고 삼성에 이어 2위가 된다. 사상 최초다.
주관증권사들의 수익도 엄청나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이번 IPO로 196억 350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한 해 IPO 관련 수수료(약 700억 원)의 30%가량을 한번에 거둬들이는 셈이다.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98억 1750만 원씩을 챙길 예정이다. 특히 기여도와 흥행 실적 등에 따라 총 공모금액의 0.3%를 성과수수료로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10조 원의 0.03%면 300억 원이다.
#흥행 부추긴 증권사들…투자자 이익은 줄어
증권가에서는 LG엔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시총 100조 원은 물론 140조 원까지 간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다. 투자위험요소를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공모주 청약이 흥행하면 이익을 얻는 쪽은 투자자보다 증권사다. LG엔솔도 이전 기록(중복청약금지 후 기준)인 카카오뱅크(182만 명)의 무려 2.6배가 넘는 480만 명이 청약해 균등배정으로 1주도 못 받는 투자자들이 상당수 나오게 됐다.
당장 청약경쟁이 가열돼 청약 증거금이 늘어나면 증권사는 이자수익을 얻는다. 증권금융에 증거금을 예치하고 받는 이자는 연 0.1%에 불과하지만 증거금 절대 규모가 수십 조 단위가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액수가 된다. 지난해 81조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 때는 6개 주관사가 이틀 만에 3억 5000만 원을 벌었다. LG엔솔은 114조 원이 모여 당시 보다 2배 가까운 수익이 예상된다.
보이지 않는 기대효과도 있다. 모바일 계좌 개설 등으로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등배정 제도 도입으로 중복∙이중청약이 금지되면서 미성년 자녀들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단기차익을 얻으려는 수요도 급증했다. 돈을 들여서라도 확보해야 하는 고객을, 돈을 벌면서 모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목표주가 43만 원 믿을 만할까
증권사들이 내놓은 LG엔솔 적정 시총은 100조 원가량이다. 주가로 따지면 공모가보다 40% 이상 높은 43만 원이다. 공모가가 낮아서가 아니라 할인율 때문이다.
LG엔솔 공모주관사는 중국 CATL과 삼성SDI와 비교해 112조 원의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여기에 상장 공모에 따른 할인율(공모가 하단 46.4%, 공모가 상단 37.4%)을 적용한 수치가 공모가인 30만 원이다. 주관사의 공모가 계산시점 이후 CATL와 삼성SDI 주가는 더 하락했다. 이를 반영하면 LG엔솔 기업가치도 102조 원으로 낮아진다. 시총 100조 원이면 할인율을 회복하는 수준의 주가인 셈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설정은 주관사들의 공모가 산출과 방식이 다소 다르다. 공모가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CATL과 삼성SDI의 경제적가치(EV)를 구하고, 이 값이 상각전이익(EBITDA) 대비 몇 배인지를 계산해 두 회사의 평균치를 LG엔솔에 대입해 나온 수치다. 반면 증권사들은 LG엔솔의 설비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될 2024년 예상이익이 얼마인지를 추정해 주가수익비율(PER)를 곱해 목표주가를 구했다. 공모가는 현재가치, 증권사 목표주가는 미래가치인 셈인데, 할인율을 제외하면 결국 비슷한 셈이다.
#LG엔솔 중국 CATL보다 낫다?
중국 CATL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2조 8236억 원, 영업이익 1조 7951억 원의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LG엔솔은 13조 4125억 원에 692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비슷한데 영업이익률 차이가 크다. 전기차 배터리의 승부처는 주요 증설이 완료되는 2025년이다. NH투자증권 추정을 보면 2021년 155GWh와 162GWh인 CATL과 LG엔솔의 생산능력은 올해 236GWh와 207GWh로 역전돼 2025년에는 633GWh 대 418GWh로 격차가 확대된다.
영업이익률도 CATL은 현내 13%에서 2025년 11%로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LG엔솔은 이 기간 4.7%에서 9.2%로 높아지겠지만 CATL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2025년 CATL의 영업이익은 LG엔솔의 2배가 될 전망이다. LG엔솔은 이번 공모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에 투자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을 보면 2021년 말 60%인 중국 비중은 2025년에도 54%를 유지하고, 2030년에도 49%로 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LG엔솔의 주력인 미국 비중은 현재보다는 높아지겠지만 유럽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LG엔솔의 미래가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차 시장의 향배다. 시장 주도권이 테슬라 같은 신생기업에서 기존의 완성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직계열화를 선호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당장에는 배터리 전문기업과 손을 잡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체 생산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세계 1~2위인 폴크스바겐과 도요타는 자체 배터리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급등하면 차익실현을
IPO 열풍이 뜨거웠던 지난해 사례에는 상장 초 급등했던 주가가 이후 내리막을 타며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LG엔솔도 일단 상장 초 기관들의 물량 확보용 매수세가 예상된다. 상장 후에도 LG엔솔의 최대주주(LG화학) 지분율은 82%에 달한다. 유통주식수가 18%에 불과하다.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국내 기관들은 시총 2~3위가 예상되는 LG엔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벤치마크 추적 오류를 줄이려면 값이 비싸더라도 코스피 내 시총 비중만큼 포트폴리오 내에 담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국내 기관과 접근이 다르다.
외국인들도 MSCI코리아 내 비중확보가 필요하지만 코스피200과 달리 단계적으로 매 석 달마다 3분의 1씩 반영하는 만큼 국내 기관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지난 11~12일 이뤄진 기관수요예측(물량기준)에서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전체로는 77%를 넘지만 외국인만 보면 38%로 절반에 불과했다. 의무보유확약은 보통 최소 1개월부터 6개월 이상까지 이뤄지는데, LG엔솔에는 15일짜리 의무보유확약이 수요예측 물량의 16%나 된다.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상장 후 보름은 코스피200 지수편입이 되는 시점이다. 코스피200 편입 이후에는 공매도가 가능해진다.
한편 이전 카카오페이 등의 사례를 보면 상장 후 회사 측이 진행하는 투자자활동(IR)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 공정공시 제도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깊이 있는 경영자료를 제시해 매수 주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IR 일정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