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서 투자·M&A 통해 기업가치 상승 노려…수익성과 규제 이슈 등 여전히 발목
#‘스트리밍 모빌리티’ 내세운 쏘카
지난 1월 5일 쏘카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예비심사가 2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엔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쏘카의 성장세는 매섭다. 연간 기준 매출은 2013년 25억 원에서 2020년 263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쏘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020년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쏘카에 따르면, 3분기 공유 차량은 최대 1만 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8% 늘었고, 고객 이용 시간은 39.1% 증가했다.
쏘카는 주력 사업인 차량공유(카셰어링)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IPO를 위한 정지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7월 대리운전(타다 대리), 8월 중고차 플랫폼(쏘카 캐스팅), 10월 차량 호출(타다) 등의 사업을 차례대로 철수했다. 반면 지난해 6월 모빌리티 멤버십 ‘패스포트’를 출시했고, 5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선보였던 구독 서비스 ‘쏘카패스’를 합치면 누적 구독 건수는 약 60만 건에 이른다. 쏘카 사용자 수는 7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쏘카는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지분 60%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매각하면서 실탄을 확보하고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다. VCNC는 2020년 매출 60억 원, 순손실 112억 원으로 기록하면서 쏘카 적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VCNC는 쏘카의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됐다. 종속기업은 쏘카 재무제표에 실적을 모두 반영해야 하지만, 관계기업은 지분율에 따라 손익만 일부 반영하면 된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서 지난해 12월에만 투자와 M&A를 총 세 차례 단행했다. 2018년 설립 직후 시드머니를 투자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에 추가로 투자했다. 국내 대표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와 공유 퍼스널모빌리티(PM) 플랫폼 일레클 운영사 나인투원을 인수했다. 모두의주차장은 전국 6만 개 주차장의 정보와 1만 8000면의 공유주차장, 1800여 개의 제휴주차장을 서비스 중이다. 일레클은 전국 18개 도시와 대학, 기업 등에서 6000대 규모의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 수는 40만 명, 월평균 서비스 이용자 수는 10만 명에 달한다.
쏘카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스트리밍 모빌리티’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내세운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는 공급자 중심이라며 새로운 개념을 들고나온 것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 지역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수도권에서는 30분 내로 이용자 앞에 차량을 배달하고, 운영 대수도 2027년까지 5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9일 박재욱 쏘카 대표는 설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부터 카셰어링뿐 아니라 전기자전거·철도 등 목적지 이동에 필요한 모든 이동수단을 원스톱으로 예약하고 주차나 숙박 등 이동 전후로 필요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겠다”며 “2022년에 기업공개를 통해 공모자금을 마련하고 필요한 기술과 인력 확보, M&A 등에 활용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급속도로 외형 확장을 이뤄낸 만큼 누적 적자도 함께 불어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016억 원, 순손실은 234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2013~2020년 동안 누적 적자는 2460억 원에 달한다. 연간 흑자를 한 차례도 낸 적 없는 쏘카가 향후 플랫폼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례로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강조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실익을 꾀하고 있진 못하고 있다.
박재욱 대표는 “올해까진 흑자 예상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내년에 수익성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빠른 성장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용자 경험을 탁월하게 만들면 수익성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잇단 악재에 연기만 두 차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M&A에 1300억 원을 투입해 몸집을 불렸다. 대리운전업체인 코리아드라이브 외 9개사와 렌터카 중개 업체 딜카를 인수했다. 특히 GS그룹 계열의 주차장 업체인 GS파크24에 650억 원을 썼다. 이 밖에 디지털 사이니지 업체인 플러스티브이, HD맵 전문 스타트업인 스트리스, 손자소프트, 퀵서비스 업체인 바달, 반려동물 전용택시인 나투스핀 등을 인수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IPO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되는 상황에 몰렸다. 지난 1월 13일 카카오가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계열사 상장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히면서다. 카카오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후 2년간, 임원은 1년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올해는 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 시한이다. 텍사스퍼시픽(TPG), 칼라일, 구글, LG, GS 등으로부터 받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누적 투자금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상장 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IPO 과정에서 연계할 수 있는 상생안과 경영진 책임경영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멈췄던 상장 작업을 재개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입찰 제안서를 받았고,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T) 등 절차를 밟아왔다.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도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132만 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받았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9094원이며, 총 스톡옵션 규모는 120억 원이다. 200여 명의 직원은 총 232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나 프레젠테이션(PT) 절차를 중단해야만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가맹택시) 사업에서 수익화에 시동을 걸자 택시업계, 여론, 정치권에서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논란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 캐시카우인 전화콜 대리운전 사업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결국 전화콜 대리운전 업체 2곳의 인수를 철회하면서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데 이르렀다. 증권가에선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사업 리스크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동반위는 대리운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조정에 들어갔다. 대리운전사업자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에게 1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상생 협력안을 제시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점유율 상한제 수용 불가 입장을 동반위에 제출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17~2020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택시보다 대리운전 사업이 더 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직·간접 점유율이 40%를 웃돈다. 점유율 하락은 곧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올해도 공정위는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갑질 등 불공정행위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가맹(카카오T블루)과 비가맹 택시를 구분해 가맹 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앞서 2020년 택시단체들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카카오에 집중된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여당 대선후보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소 대선까지 카카오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카카오도 국내 규제 리스크를 피해 위해 해외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어 규제 이슈가 전환되기 전까지 대폭적인 이익 성장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